"압제로 잃었던 문학 되찾는데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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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소련작가 동맹위원장 블라디미르 카르프프씨(68)가 한국 펜클럽 초청으로 내한했다. 1945년부터 소설을 써오며 소련의 대표적 문예지 『노브이 미르』편집장을 역임, 소련문학의 흐름에 정통한 카르포프씨는 4∼5일 두 차례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과거와 현재」 「페레스트로이카와 소련문학계의 동향」을 주제로 자유센터와 한양대에서 문학강연을 가졌다. 두 강연회의 강연요지는 다음과 같다.
소련에서 문인들은 권위와 국민적 인기를 누리고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초기부터 고르바초프는 문인들을 초청, 정책에 대한 우리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있다. 페레스트로이카 이전부터 문인들은 작품·논문 등 여러가지의 글을 통해 구속도 불사하며 개혁의 필요성을 외쳐왔기 때문이다.
페레스트로이카에 따라 당의 검열 등 문학에 대한 억압이 사라진 지금, 소련문단은 급속히 탈 정치화돼가고 있다. 「문학은 정치에, 당에 복무해야 된다」는 과거의 강령에서 벗어나 이제우리는 무엇이든지 쓸 수 있게 됐다.
현재 소련문단에서는 이러한 자유스런 분위기에 힘입어 출판 활성화, 판금 된 작가의 복권, 망명문인 귀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당의압제시절 현역문인들이 써서 서랍속에 깊숙히 숨겨두었던 작품들이 활발히 출간되고 있다. 또 작가동맹산하에 복권위원회를 두고 스탈린시대 이후 출판이 금지됐던 작품들을 복권시키고 있다.
수백 년 전 혹은 금세기에 출간됐다가 KBS에 의해 출판이 금지됐던 작품들은 그 어느 작품보다 훌륭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안다. 우리는 복권대상작가를 1천여명으로 잡고 있다.
솔제니친 등 해외로 추방됐던 작가들을 고국으로 다시 불러들이는 노력과 함께 그들이 해외에서 떠났던 작품들을 소련에서 활발히 펴내고 있다. 즉 소련문단에서는 당의 압제로 잃어버렸던 문학을 찾는데 분주하다.
그러나 우리는 단순히 과거의 문학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은 우리가 소비예트 건설이후 견지해왔던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과거의 문학유산을 접목, 어떻게 바람직한 문학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모색하고 있다. 페레스트로이카가 5년간 진전되고 있으나 아직 페레스트로이카에 부응한 작품들이 나타나지 않은 것은 사회주의 리얼리즘과 자유주의문학의 변증법적 통일을 모색하고 있는 소련문단의 「신중함」을 역설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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