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안정에 일단 성공/시장평균환율제 도입 6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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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조작”혐의 벗고 업계불만 없어/자유화대비 경쟁력 강화 시급
증시와 물가 및 통화관리등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환율의 「안정」운용이 돋보이고 있다.
시장평균환율제가 도입된지 만 6개월을 맞은 지난 1일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달러당 7백13원30전. 작년말에 비해 원화가치는 4.8%,시장평균환율제 도입이전인 2월말에 비해서는 2.7% 평가절하(환율상승)됐다.
시장평균환율제란 전날 외국환은행들끼리 달러를 사고판 값을 거래량에 따라 가중평균해 계산하고 이를 다음날의 매매기준율로 고시하는 제도다.
환율이 외환시장수급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적정수준을 평가하기는 곤란하지만 『환율을 올리라』고 불평해 왔던 수출업계에서도 별말이 없었던 것을 보면 환율운용부문의 성적표는 괜찮은 셈이다.
또 걸핏하면 한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무역압력을 가해왔던 미국으로부터 조작국의 혐의를 벗게된 것도 성과다.
그동안의 환율변동을 보면 국제수지ㆍ물가ㆍ자금사정(금리)ㆍ국제유가등의 변수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인게 특징이다. 하루 외환거래액이 1억5천만∼3억달러로 규모는 작았어도 시장으로서의 모양새는 그런대로 갖춘 셈이다.
환율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국제수지였다.
국제수지가 큰폭의 적자를 냈던 상반기중에는 원화환율이 꾸준히 오름세를 보였고 6월이후 수출이 다소 회복되면서 환율도 옆걸음질을 해왔다.
환율은 장기적으로는 국제수지와 국제외환시장에서의 달러화 움직임에 영향을 받지만 단기적으로는 자금사정과 금리에 더 민감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시중자금사정이 나빠지고 금리가 오르면 기관들이 부족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달러를 팔기 때문에 환율이 내리는(원화의 평가절상)것이다.
신한종합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환율상승기였던 3월2일∼4월4일까지 단자사간 콜금리는 12.9%였으나 환율변화가 거의 없었던 4월4일∼5월14일까지는 콜금리가 17.5%로 치솟아 자금사정악화가 환율상승을 가로막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환율은 자금수요가 많은 월말에 내림세를 보여왔는데 8월말의 경우 17일 최고 7백17원70전까지 올랐던 환율이 31일 7백14원으로 떨어졌다.
이는 중동사태가 소강상태로 접어든 탓도 있지만 월말에 수출대금으로 받은 달러의 매각이 많았기 때문이다.
시장평균환율제의 도입으로 외환시장 자유화의 첫 걸음은 일단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원화가치의 절하로 물가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환율이 5% 오를 경우 물가는 첫해에 0.65%,2년후 1.65%,3년후에는 2.85% 오른다는게 한은의 분석이다.
또 환율운용이 비교적 안정됐다지만 하루변동폭이 상하 0.4%이내로 제한된데다 외환시장규모가 작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금융 및 자본자유화가 이뤄지고 이자율 격차에 따라 해외자본의 이동이 본격화될 경우 지금과 같은 금융체제로는 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실정이다.
우리 기업들이 섣부른 외환거래로 손실을 본 것은 비싼 「수업료」를 냈다고 치더라도 금융기관들도 외환업무에 대해서는 아직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시장평균환율제 도입이후 국내외환시장거래액의 절반은 외국은행 국내지점의 손에 의해 주물러지고 있다.
금융 및 자본,외환시장자유화에 대비해 국내 금융기관의 경쟁력강화가 시급한 시점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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