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와 객석] 서울시향 '거슈윈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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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작곡가의 작품으로만 프로그램을 꾸미는 음악회라면 일단 수준이 높다고 봐도 무방하다. 평소 잘 연주되지 않는 작곡가라면 사정은 더욱 그러하다. 연주자에게 특정 작곡가의 음악 세계 전체를 꿰뚫는 혜안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각 작품의 다채로운 특성을 살려내야 지루함을 덜 수 있다.

오는 11월 11일 서울시향(음악감독 곽승)이 꾸미는 '거슈윈의 밤'이 눈길을 끄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클래식에 재즈의 요소를 도입했다는 점에서 요즘 유행하는 크로스 오버의 원조랄 수 있는 작곡가여서 더욱 관심이 간다. 조지 거슈윈(1898~1937.사진) 하면 사이렌 같은 클라리넷 독주로 시작되는 것으로 유명한 피아노와 관현악을 '랩소디 인 블루'를 쉽게 떠올린다.

'20세기 최고의 팝 클래식''뉴요커의 라이프 스타일을 묘사한 음악''최초의 심포닉 재즈''작곡자에게 10년간 25만달러의 작품료 수입을 안겨준 히트작' 등의 화려한 수식어가 붙어 있는 작품이다.

이날 공연에서는'팝 클래식'의 대열에 오른 '랩소디'를 비롯, '파리의 아메리카인''피아노 협주곡 F장조''밴드를 울려라'등도 함께 들려준다. 피아노가 등장하는 곡은 '피아노 협주곡 F장조''랩소디 인 블루'등 두곡이다. 레너드 슬래트킨 지휘의 세인트 루이스 심포니와 함께 거슈윈이 피아노와 관현악을 위해 쓴 작품의 전곡을 녹음한 미국 피아니스트 제프리 시겔이 내한, 거슈윈 음악의 진수를 선보인다.

'밴드를 울려라'는 1930년 발표된 거슈윈의 동명 뮤지컬의 서곡. '거슈윈의 밤'은 깊어가는 늦가을 잿빛대도시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우울하고 공허한 기분을 달래줄 선율로 빼곡하다. 02-399-1741.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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