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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군 12명 탱크몰고 귀순”/긴장 계속되는 중동현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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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자금 인출 러시… 국제금융 혼란/다국적군 언어소통 안돼 고민
14일 미국이 이끄는 서방측 다국적 함대가 이라크를 향하는 모든 선박의 해상봉쇄를 단행,양측간 정면충돌 가능성이 커가는 가운데 중동사태는 폭발직전의 긴박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페르시아만 해역엔 이라크가 기뢰를 부설하고 있다는 정보가 입수돼 현지에 파견된 서방국 함정들엔 기뢰경계령이 내려져 있으며,이라크ㆍ쿠웨이트 현지에 있는 외국인들은 극도의 신변위협을 느낀 나머지 필사의 탈출을 감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해상봉쇄의 국제법적 합법여부를 놓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사국간 이견이 노출됨으로써 상황이 더욱 복잡하게 진행되어 가고 있다.
○“사기도 뚝 떨어져”
○…약 12명의 이라크병사들이 지난 12일 밤 탱크를 몰고 쿠웨이트 국경을 넘어 사우디로 귀순해 왔다고 외교소식통들이 14일 밝혔다.
외교소식통들은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에서 법과 질서를 유지하지 못하고 쿠웨이트 침공에 불만을 느끼고 있으며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에 근거를 두고 있는 한 이라크 반정부단체의 지도자는 14일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 정부를 전복하기 위해 10만명을 동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키프로스 통신이 보도했다.
이 통신은 지난 82년 창설된 이라크 이슬람 혁명최고회의 의장 바카르 하킴은 자신이 이끄는 단체가 수일내에 5만명의 전사들을 소집할 수 있으며 곧이어 그 수를 두배로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40억불이나 빼돌려
○…이라크는 최근 며칠 사이에 쿠웨이트의 은행등 각종 금융기관 및 정부와 민간의 관계기관으로부터 금괴ㆍ외환 및 각종 값진 물품 30억∼40억달러어치를 수도 바그다드로 빼돌렸다고 런던 및 페르시아만 지역 은행 관계자들이 밝힌 것으로 미국 뉴욕 타임스지가 14일 바레인 마나마발로 보도했다.
이라크측의 이같은 조치는 쿠웨이트 침공 11일전 65억달러로 추정됐던 이라크의 외환 보유고를 대폭 늘려 놓았을 것이라고 타임스는 예측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은 아랍권 전역에 심각한 경제적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뉴욕타임스지에 따르면 런던ㆍ사우디아라비아ㆍ아부다비ㆍ두바이 등지의 모든 관리들이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여파로 아랍권내의 자본이동이 상당한 악영향을 받고 있고 보험료율이 급격히 뛰었으며 현금 부족,물가앙등 현상도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랍권 은행예금자들의 예금인출 러시현상과 앞으로 예상되는 석유값 인상,그리고 전세계에 약 1천억달러로 추산되는 쿠웨이트 재산의 동결 등으로 당분간 세계 금융시장이 상당한 혼란을 겪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여군에도 운전 허용
○…사우디에 파견된 미군 여군병사들은 여자는 운전할 수 없다는 사우디 국내법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당국이 군용차에 대해서는 일부지역에 한해 이같은 통제를 해제함에 따라 차를 몰고 있다고 외교관들이 14일 말했다.
회교율법을 중시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이같은 양보조치는 매우 파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여군병사들이 비록 업무상이라도 사우디군 관계자들과의 접촉을 금지하고 있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회교율법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를 짐작하게 하고 있다.
○…미군 병사들은 외국군과의 합동훈련에 익숙해져 있으나 사우디에 집결하고 있는 다국적군과 함께 전투를 치르는 것은 지휘ㆍ통솔상의 문제점 등을 가져올 것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이 우려.
전 미합참의장 토머스 무어제독은 13일 『해결해야할 첫번째 문제는 언어의 조합,기술적인 메시지 전달수단 등 의사소통의 문제』이며 더욱 민감한 문제는 다국적군의 통솔자를 임명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함재기들 밤새 훈련
○…미국 항공모함 인디펜던스호에 적재돼 있는 전투기들은 페르시아만 지역에 증강되고 있는 미 해군병력을 보호하기 위해 하루밤에 수시간씩 이 지역에서 전투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미 해군 F­14전투기 조종사들은 아직까지 이라크항공기와 마주친 일이 없다고 말했는데 인디펜던스호의 전투정보센터에 배속돼 있는 한 장교는 이라크가 정찰비행을 실시하고 있으나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가까이 접근하지는 않으며 「매우 우호적」이라고 밝혔다.
첨단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는 F­14전투기들은 원거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으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 기지에 있는 공중급유기들의 지원을 받을 경우 약 4시간 동안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
○아시아인 탈출 몸부림
○…쿠웨이트에 있는 수십만명 아시아인 근로자들은 현지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최근 쿠웨이트를 탈출한 한 네덜란드 라디오방송 특파원이 14일 밝혔다.
헤티 루베르딩 특파원은 필리핀ㆍ방글라데시ㆍ인도ㆍ파키스탄을 비롯,기타 아시아인들은 가진 돈도 없는데다 해당국 대사관들에서도 이들을 보호하기에는 인원이 너무 많아 비참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위성회선 예약 끝나
○…페만 사태로 세계 각국의 보도진이 이 지역에 몰려드는 가운데 미국의 경우 3대방송 네트워크를 비롯,수많은 보도진이 엄청난 물량공세로 단연 주도하고 있는 느낌.
이들 미 보도진들은 중동지역에 할당된 보도용 위성회선,공중촬영용 헬리콥터 등을 일찌감치 독점 임대하는가 하면 지역에 파견된 자국함대,그리고 국방부 지원으로 보도금지구역이었던 사우디내에까지 진출하는 등 맹위를 떨치고 있다.
CBS­TV 앵커인 댄 래더는 50여명의 일행을 거느리고 자가용 특별기편으로 매일 두바이ㆍ암만ㆍ앙카라ㆍ카이로ㆍ다마스커스 등지를 오가며 현지 방송을 내보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들 지역의 일급호텔객실 상당수가 이미 장기 예약된 상태. 이밖에 10분당 2천달러,추가 1분당 1백달러를 내야하는 위성회선 사용도 이미 주요 언론사에 대부분 할당돼 버려 군소사들은 송고조차 어려운 실정이다.<외신 종합>
◎애,이라크선박 수에즈통과 허용
○자유항해협약 따라
○…이집트는 이라크에 대한 세계 각국의 경제제재조치에도 불구,지난 1888년 체결된 수에즈운하 자유항해협약에 따라 이라크에서 출발하거나 이라크로 향하는 선박들의 수에즈운하 통과를 허용할 것이라고 이집트 정부관리들이 14일 밝혔다.
이 관리들은 지난 1888년에 체결된 콘스탄티노플 협약에 따라 이집트와 전쟁상태에 있는 국가의 국기를 게양한 선박들을 제외한 모든 선박들이 수에즈운하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집트 정부는 이라크로 향하거나 이라크를 출발한 선박들의 운하통과를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언론도 단교주장
○…소련관영 이즈베스티야지는 14일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잔인한 독재자』라고 지칭하며 소련이 이라크와 맺어오던 우호관계를 단절할 것을 촉구했다.
이즈베스티야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소련이 페르시아만 사태에 미국과 공동으로 대처함으로써 워싱턴으로부터 「사담 후세인과의 단교로 인한 손실을 충분히 보상할 수 있는 전략적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그러나 미국의 사우디아라비아 파병은 미국자체의 이 지역내 이해관계에 기인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소련과 미국이 항상 동일한 정책을 취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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