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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겁주며 시간버는 후세인”/대치상태로 접어든 중동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인접국 주민 달러 사재기 혈안/“은행금고 털어 병사에 보너스”
이라크와 미국의 대치상태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집트에 모인 아랍정상회담은 분쟁해결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한편 아랍문제전문가들은 이라크가 사우디를 공격할 것처럼 위장,미국과의 대치상태를 장기화시켜 쿠웨이트의 지배권을 확고히 하는 시간을 벌려는 것이 후세인의 속셈이라는 분석을 제시하고 있다.
○“금으로는 식량 못사”
○…페르시아만 지역의 주민들은 물론 아랍에미리트에 와있는 외국인들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라는 불의의 사태를 만나 재산보호수단으로 금아닌 달러를 사재기하고 있어 눈길.
수도 두바이 수입시장의 한 금거래업자는 『금으로는 식량을 사지 못하지만 달러로는 산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주미사우디아라비아 대사인 반다르 빈 술탄왕자는 미군이 사우디에 진주,회교성지 메카가 더럽혀졌다는 후세인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그를 『거짓말쟁이』라고 공격.
그는 『다국적군을 사우디에 불러들인데 대해 비난을 받아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이라크』라고 말하고,이란과 적대하던 후세인이 호메이니의 연설을 차용하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비꼬았다.
○…수백대의 탱크와 화학무기를 보유하고 사막전에 노련한 이라크의 1백만명 지상군에 비해 이라크 공군에 대해서는 이란­이라크전 당시의 실전에서 나타난 조종사들의 능력 및 훈련부족으로 경계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듯.
미국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훈련받은 조종사 50명을 제외하고는 이라크 공군조종사들은 훈련이 부족하며 지난 87년 미국 해군함정 슈타크호를 적함으로 오인,공격한 것은 이라크 공군의 통제능력 결여를 드러내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무기금수 효과없어
○…중국 신문 중국청년보는 사설을 통해 중국이 소련과 프랑스 다음으로 이라크에 많은 무기를 공급한 국가라고 말하고,대이라크 무기금수 조치는 이라크가 지난 8년간 4백30억달러의 무기를 사들였기 때문에 무기금수가 효과를 발휘하기에는 오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
○전재산버리고 피난
○…점령 이라크군의 약탈과 부녀자 폭행등으로 쿠웨이트가 공포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는 소식들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요르단이나 사우디쪽 국경을 넘어 피신하려는 쿠웨이트인들의 탈출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9일 요르단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를 탈출한 한 레바논 출신 택시운전사는 『지난 14년간 쿠웨이트에서 운전사로 일하면서 모은 전재산을 남겨두고 빈손으로 빠져나와야 했다』고 말했다.
난민들의 말에 따르면 쿠웨이트시내 물가는 이라크군 점령이후 두배로 올랐으며 석유와 채소,심지어 한집당 5개씩 배급되는 식빵마저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석유의 경우 자동차 한대에 5ℓ씩 배급되고 있으나 쿠웨이트인들은 자동차를 몰고다닐 경우 이라크군에게 뺏길 것을 우려해 석유배급을 신청하지 않고 있다고.
○최소 월 3억불 소비
○…사우디아라비아 파견 미군 유지비용은 현재의 비전투상황에서도 최소 한달에 3억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군분석가들이 추산.
그러나 일단 전투가 개시되면 소요비용은 3∼4배 뛰어오를 것으로 워싱턴의 민간방위정보센터의 진 라로크 소장이 전망했다.
라로크소장은 병력 5만,항공모함 3척이 포함된 함대 및 전투기 유지등을 전제로 월 3억달러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했는데 한 사설연구소는 페르시아만 미군유지비용이 앞으로 반년동안 10억∼30억달러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 군사전문가들은 또 만일 이라크군이 탱크로 사우디아라비아를 공격해 올 경우 작전비용은 현재의 추계를 훨씬 상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미감정 전술이용
○…중동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의 의중에 관한 추측이 무성.
런던에 망명중인 이라크 야당 대변인인 사아드 자브르씨는 10일 영국 스탠더드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점은 후세인 그 자신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는 결국 이스라엘을 공격함으로써 아랍세계의 추앙을 받으려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후세인이 지난 7일 『외국지배를 받기보다는 죽음을 택하겠다』고 공언한 점을 주목,그가 자신의 죽음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주장. 자브르씨는 후세인이 이스라엘에 치명타를 입힌 최초의 아랍 영웅으로 존경받고자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보도에 따르면 이라크군은 점령하고 있는 쿠웨이트 중앙은행을 수색,쿠웨이트 디나르화를 압수해 이라크병사들에게 보너스로 지급.<외신종합>
○부시,휴가떠나 구설
○…중동사태로 세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부시 미 대통령이 25일간의 여름휴가를 떠나 미국에서는 이를 놓고 『잘한 일이다』 『못한 일이다』는 입방아가 한창이다.
피츠워터 백악관 대변인은 『미군이 직접 분쟁에 개입된 상태가 아니어서 분초를 다투는 결정을 할 일이 아직 없으며 필요한 때 대통령이 언제든 워싱턴 및 세계지도자들과 연결될 수 있는 완벽한 통신체제를 갖추어 놓았다』며 『그는 하루도 쉬는 날이 없이 어디서든 24시간 백악관 업무를 해왔다』고 주장.
메인주 대서양연안에 있는 부시의 별장에는 위성과 연결된 최첨단의 통신시설이 가설됐으며 부안보보좌관인 게이츠,백악관비서실 차장인 아드류카드등 필요한 참모진도 머무르게 된다.
그러나 국민에 대한 이미지도 이미지려니와 통신의 보안성이 아무래도 백악관보다는 떨어질 것이고 위기의 상황이 닥칠 때 회의등을 소집하는데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행정부내 일부 인사등의 주장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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