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이 지역 감정 골 메운다|부산 지역 대학생 36명 전북 방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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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어른들이 파놓은 깊은 골을 우리 젊은 세대가 메워야겠다는 사명 의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재 부산 호남 향우회 (회장 김진기·53·성가병원장) 초청을 받아 2박3일 일정으로 전북도내 관광·사적지를 돌아보고 있는 부산대 등 부 산시내 6개 대학 재학생 36명은 이번 전북 지역 나들이가 역사의 한 장이 되기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첫날인 8일 전북도계를 넘어 첫번째로 둘러본 남원 황산대첩지라든가, 9일 들른 정읍 황토현, 그리고 마지막날인 10일 방문한 장수 논개 사당 등이 우리네 역사의 아픔과 우리들 모두가 한 형제임을 일러주는 교육 현장이었다고 이번 일정의 소감을 말했다. 『일부 위정자들이 소아병에 사로잡혀 파놓은 망국적인 지역 감정의 골을 우리들에게 메우라고 이번 기회를 마련해준 것으로 알고 감사드립니다.』
부산대 국문과 4년 장사석 군 (23)은 이번 방문을 통해 전북을 좀더 깊이 알 수 있었고 전북인에 대해 많이 이해할 수 있었다며 잔이 넘치도록 부어주는 주점의 막걸리 인심 하나만 보더라도 인정이 철철 넘치는 고장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리 젊은 세대들은 지역 감정이 없습니다. 부지런하고 공부 잘하며, 방엔 일하고 낮엔 공부하면서도 장학생이 돼 장학금을 타는 호남 출신 친구들이 부러울 뿐입니다.』
조제석 군 (28·동아대 경제 2)은 영호남 주민들이 지리산 정상에서 악수를 나누고 도보로 서로의 동네를 찾아 정을 나눌 때 이웃이라는 감정이 더욱 두터워질 것이라며 어른들도 자신들처럼 호남과 영남을 구분하지 않고 한데 어울리면 지역 감정이란 말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2박3일 일정이 짧아 아쉬웠으나 책에서만 본 백제 문화를 직접 돌아볼 수 있어 지식면에서도 큰 보탬이 됐습니다. 그러나 역사 유물이 신라 유적지처럼 단장·보관되지 못한 것이 크게 아쉬웠습니다.』
경성대 사학과 3년 국정숙 양 (23)은 지역 개발에 차등을 둔 만큼 문화 유적지에 대한 개발 보존에도 차등을 둔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호남 향우회에서 좋은 시간을 마련했지만 다음엔 재 전주 부산 향우회에서 전북 지역 대학생들을 부산에 초청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우리들 힘으로라도 초청 계기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이번 방문은 바다나 산을 찾았던 바캉스에 비교할 바가 아니었습니다.』
동의대 건축공학과 1년 정순섭 양 (20)은 이렇게 다정스럽고 포근한 이웃끼리 지역 감정 운운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호남 향우회 정진철 문화 부장 (45)은 『망국적 지역 감정을 다음 세대에까지 물려줄 수 없다는 생각에서 이번 초청 계획을 마련했다』며 『내년에는 영호남 대학생들을 한데 섞어 상호 탐방케 하는 등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현석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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