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시 미 폭격 대비훈련/닷새째 접어든 중동사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중립지대서 군사충돌 우려/세계원유 하루 4백만배럴 “펑크”/미 지상군투입 가능성 희박
이라크군의 1차철수 발표에도 불구,쿠웨이트사태는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는 가운데 사우디군 일부가 이라크군이 진주해 있는 쿠웨이트 남부 중립지대로 진입했다는 보도가 나오는등 양측간 군사충돌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부시 미대통령은 체니국방장관을 사우디로 급파,미군의 사우디국내 기지사용 문제를 놓고 협의하는등 긴장이 계속 고조되고 있다.
○…6일 사우디를 긴급 방문한 체니 미 국방장관과 사우디지도자들의 연쇄회담에서는 이라크군이 쿠웨이트­사우디국경 근처에 배치됐다는 보도와 관련,사우디를 이라크의 침공으로부터 방어하는 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라고 워싱턴의 미관리들이 설명.
체니장관 일행은 미국의 군사작전을 위해 사우디로부터 해ㆍ공군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는 허락을 받을 목적으로 이라크의 대사우디공격태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사우디측에 설명하기 위한 상세한 정보보고를 휴대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아라파트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의장은 바그다드에서 후세인대통령과 회담하고 알렉산드리아에서 무바라크 이집트대통령과 만난데 이어 6일 지다에 도착.
PLO와 리비아는 현 중동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공동평화계획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카이로의 신문들은 이 평화계획이 ▲이라크군의 8월1일 현재 국경선으로의 철수 ▲이라크경제에 대한 원조제공 ▲쿠웨이트국민들에게 자체정부 선택권 부여 ▲페르시아만 해로보호를 위해 이집트ㆍ사우디ㆍ아랍에미리트연합ㆍ요르단ㆍ이라크 및 예멘 등 6개국이 통합아랍군을 창설한다는등 4개항으로 돼 있다고 보도했다.
○…중동경제조사지(MEES)는 이라크의 침공으로 쿠웨이트의 원유수출시설이 문을 닫았으며 이로 인한 세계 원유생산 감소분을 사우디아리비아가 메울 수 있을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보도.
MEES지는 쿠웨이트의 원유수출시설 폐쇄와 이라크산 원유에 대한 서방세계의 금수조치에 따른 세계 원유시장의 공급감소분은 하루 4백만배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친이라크 쿠웨이트 괴뢰정부는 6일 이라크군의 1차 철수로 쿠웨이트 주민들의 생활이 정상을 되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라크 TV는 쿠웨이트 임시정부가 서비스ㆍ보건ㆍ에너지 분야에 근무하던 회사원들에게 직장에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쿠웨이트의 임시내각은 또 5일 24시간 통행금지를 완화,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주민들의 통행을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라크장교 각료에 임명
○…쿠웨이트 임시정부 각료 9명중 2명만이 쿠웨이트인이며 나머지는 이라크군 장교들이라고 영국의 파이넨셜 타임스지가 6일 현지발로 보도했다.
이 신문은 쿠웨이트인들은 새 정부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지 상점들은 문을 열고 있으나 도ㆍ소매업을 제외한 모든 기업활동은 완전 중단상태에 있으며 식품이 동났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이 신문은 또 현재 이라크군 탱크들이 쿠웨이트시에서 속속 떠나고 있으나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인지,아니면 사우디아라비아 국경쪽으로 가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이라크는 6일 미국의 침략에 대비,수도 바그다드와 몇개 지방도시에서 대규모 주민 소개훈련을 실시했다.
24∼48시간동안 계속된 이 훈련에는 수백만 주민이 참가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앞서 후세인대통령은 미군의 침략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라크 정부는 이와 함께 만약의 사태에 대비,집권 바트당 당원 수만명에게 자동소총을 지급했다.
○…부시 대통령은 군사적 대응 가능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지만 국방부당국은 지상군 투입에 회의적 입장.
1백만명에 달하는 이라크군과 대적할만한 숫자의 병력동원도 문제일 뿐 아니라 병력전개에 최소한 45일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강구할 수 있는 수단은 군사시설ㆍ유전 등 이라크 심장부의 폭격을 위한 공군력 동원이다.
국방부당국에 따르면 사우디가 공격받을 경우 미국은 서독ㆍ스페인기지의 F­15ㆍF­16전투기,영국기지의 F­111폭격기,이미 인근해역에 도착한 항모 인디펜던스호의 F­14전투기ㆍA­6폭격기,미국내의 B­52 장거리폭격기를 동원할 수 있다.
미국은 또 6일 국내항구에 정박중인 항모 새라토가호를 출항시켰으며 7일엔 아이젠하워호도 동원할 계획이다.<외신 종합>
○사우디침략도 별무대책
○…전미CIA국장 스탠스필드 터너제독은 프랑스 리베라시옹지와의 회견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동의하지 않는한 이라크가 사우디를 공격하더라도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는 없다고 강조하고 당장 이라크가 사우디를 공격할 경우 이에 대항,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것도 없다고 주장,주목을 끌었다.
터너제독은 이라크군의 사우디아라비아침공을 미국이 막을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그같은 사태가 지금 당장 일어나리라곤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제,『그러나 10만명의 이라크군 기갑부대에 맞서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미CIA가 그동안 이라크가 쿠웨이트국경에 군병력을 집결시키는 것을 주시해 왔다고 지적하고,6개월전부터 이같은 사태에 대비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파리=배명복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