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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략제재에 나선 미소 공조(사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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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소가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사태에 대해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한 합의는 냉전구도가 공존체제로 바뀐 결과가 세계평화에 긍정적 기여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 획기적 계기를 마련했다.
전후 질서를 유지해온 양극체제가 다극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우려된 힘의 공백을 틈탄 지역분쟁에 미소를 비롯한 유럽등이 협조체제를 가동하는 최초의 테스트 케이스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종전까지의 모든 국제적 분쟁은 거의 예외없이 미소를 중심으로 한 대리전이었거나 단순한 지역분쟁도 두 세력의 개입으로 대리전으로 악화되는 것이 상례였다. 문제의 해결보다는 경쟁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오히려 분쟁을 조장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예를 우리는 지금도 풀리지 않고 있는 이스라엘ㆍ아랍 분쟁,아프가니스탄 내란,인도ㆍ파키스탄,레바논 분쟁 등에서 볼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 역시 그러한 성격을 배경에 깔고 있다.
미소의 이념대결이 끝나면서 우리는 이제 이런 모든 분쟁이 평화적으로 해결되리라는 기대를 가져왔다. 그 가능성은 나카라과 내란이 종식되고 아프가니스탄 문제 해결을 위한 미소의 노력이 구체화되는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모든 분쟁은 국제적인 협력체제만 갖추어지면 평화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예가 증명된 것이다. 따라서 이번의 이라크의 쿠웨이트 점령도 모든 국가들이 일치해 공동제재조치를 취한다면 원상회복 상태로 만들 수 있으리라고 우리는 믿는다.
그러한 국제적인 노력으로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취하고 있는 이라크ㆍ쿠웨이트의 해외자산 동결조치,소련등의 이라크에 대한 무기금수조치 등이 취해지고 있다.
아울러 아직은 거론되고 있는 상태지만 이라크에 대한 서방국가들의 무역금지등의 경제제재라든가 유엔총회 결의에 따라 전면적인 제재도 가능하다고 우리는 믿는다.
특히 국제평화유지기구로서의 유엔의 역할은 냉전구조아래서 유명무실해졌지만 이번 사태에 강대국들이 공조체제를 성공적으로 이루어낸다면 그 기능은 활성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양극체제가 다원화되면서 일본ㆍ통합 유럽ㆍ중국 등이 세계무대에서 실재적이고 잠재적인 영향력을 행사,국제적인 세력균형이 변화되면서 통합된 평화유지기구로서의 유엔의 필요성이 더욱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미소를 포함한 여러 국가가 아직은 이라크에 대한 군사적 대응을 자제하고 있는 것도 일단은 평가해둘 일이다. 만약 무력을 사용했다가는 막강한 화력과 화학무기를 갖추고 있는 「광기」의 지도자로 알려진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평화질서에 대한 도발은 앞으로 또 있게 될지 모를 군사모험주의가 무모하다는 것을 보이기 위해서라도 제재되어야 한다. 평화의 시대적 흐름은 반드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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