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홍콩 입항 땐 철저 검색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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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정보 당국이 추적하고 있는 '수상한 북한 선박'이 현재 홍콩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홍콩의 한 소식통은 23일 "크리스토퍼 힐(얼굴)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지난 주말 홍콩을 방문해 홍콩 정부 당국자에게 이런 첩보를 전달하고, 이 배가 홍콩에 입항할 경우 철저한 검색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이 선박에 무기나 핵 관련 물질이 실려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어 공해상에서의 검색은 어렵다고 보고 홍콩에 입항하면 적법하게 대응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앞서 미국 CBS방송은 20일 "미 군사 당국이 핵물질이나 군사 장비를 적재한 것으로 의심되는 북한 선박 한 척이 최근 북한 항구를 출항한 것을 확인했으며, 현재 추적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배는 과거에도 무기 등을 싣고 북한 남포항을 출발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소식통은 "힐 차관보의 이번 방문 목적은 문제의 선박에 대한 검색 요청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 선박에 대한 검색이 이뤄질 경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718호에 근거해 취해지는 첫 케이스가 된다.

?미, 대북 금융 제재 고삐 계속 죈다=힐 차관보는 이번 방문에서 홍콩 금융 당국에 대북 금융 제재 동참도 주문했다. 그는 홍콩 금융감독청의 윌리엄 라이백 부청장을 만나 홍콩 내 북한 관련 금융자산과 펀드를 동결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라이백 부청장은 중국 정부의 방침에 맞춰 홍콩도 대북 금융 제재에 일정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답했다.

홍콩 정부 관계자는 23일 "힐 차관보의 방문과 거의 같은 시점에 미 재무부 산하 금융조사팀도 홍콩을 방문해 금융분야 관계자들과 면담했다"고 말했다. 이때 미 재무부 조사팀은 홍콩의 금융기관들이 보유하고 있는 북한계 펀드와 계좌에 대해 동결을 요청했고, 홍콩 당국은 긍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안다고 그는 덧붙였다.

홍콩 금융감독청에 따르면 한 북한 계좌에는 267만 달러가 입금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는 지난해 9월 미국의 요구에 따라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의 북한 계좌에 들어 있던 2400만 달러가 동결된 이후 북한 계좌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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