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차림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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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이제는 양장이 국제적인 옷으로 우리의 일상복이 되고 있지만 양장이 우리 나라에 들어 온 것은 1백년 전, 일반화 된 것은 50년이 채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우리 나라 사람들의 양장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생활하기 편한 옷, 아무렇게나 입어도 되는 옷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흔히 거리에서 보게되는 형태가 없는 풍성한 치마와 짧은 흰 양말에 슬리퍼를 끄는 식과 같은 제멋대로의 모습은 어쩐지 보기가 어색하다.
우리가 옛날에 한복을 입을 때는 속바지·고쟁이·속치마·속적삼 등 속옷을 층층이 갖춰 입고 속버선 위에 겉버선을 신고 치마저고리에 고무신을 신었다. 이렇게 갖춰 입을 때 한복의 맵시가 나는 것이다.
양장도 마찬가지다. 갖춰야할 것들을 갖춰 입었을 때 아름답다. 우선 자신의 키·피부색·머리색·직업을 고려하고 자신의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색상과 스타일을 정확히 선택해 봄직하다.
좀 사치스러운 것 같지만 디자이너라는 직업적 관점에서 보면 여성의 아름다움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옷에 맞춰 단정한 구두를 신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일이다. 구두의 색상은 당연히 옷의 색과 맞아야한다. 검정구두는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리지만 꼭 밤색 구두를 신어야할 경우도 있다. 구두의 모양은 단순할수록, 장식이 없을수록 단정하고 정리돼 보인다.
이렇게 정돈된 차림을 할수 있는 사람은 생활도 반듯하고 절도있게 할수 있지 않을까.
특히 스타킹이 너무 짧아 걸을 때마다 대님이 보이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
겉옷에 맞춰 속옷·스타킹·구두를 갖추는 단정한 차림새가 불편하지 않도록 습관화돼야겠다.
또 하나 권하고 싶은 것은 때와 장소에 따라 옷을 선별해 입을 줄 아는 지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낮에 이브닝 차림을 하는 경향이 있다. 낮에 외출할 때나 직장에서의 차림은 스커트에 블라우스, 심플한 원피스나 수트 등의 단정한 차림이어야 한다. 드레시한 이브닝 웨어는 저녁 모임에 입는 옷이다.
옷을 잘 입는다는 것은 비싼 옷, 고급 옷을 입는 것이 아니다. 때와 장소, 자신의 위치나 모습에 어울리는 옷을 깨끗하고 단정하게 갖춰 입었을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발산될 수 있다.
무더위로 옷차림이 흐트러지기 쉬운 계절이다. 여성들의 이러한 「바른 차림새」는 가정을 환하게 하고 친구나 이웃에 기쁨을 줄뿐 아니라 거리도 조화롭게 하는 여러 가지 효과가 있다하겠다.
◇알림-여성광장 필진이 다음주부터 바뀝니다. ▲고정희(시인) ▲이원령(중앙대교수·유아교육학) ▲한명숙(한국 여성민우회장) ▲백남옥(성악가·경희대교수) 씨가 8일부터 각 4회씩 연재해 주시겠습니다.
지금까지 집필해 주신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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