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길로 빠진 한국경제/서비스업 이상비대로 “애 늙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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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아시아 4용중 경쟁력 꼴찌/대한상의 비교조사
우리 경제는 대망의 선진국 진입을 과연 이뤄낼 수 있는가. 아니면 도중에 무릎을 꿇어 그 기대를 물거품처럼 날려버릴 것인가.
정치ㆍ경제적 전환기의 기로에서 국민들에게 이보다 더 관심있는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냉정히 우리 현실을 점거해보면 희망보다는 우려가 더 많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와 업계는 서비스업의 이상비대와 제조업의 부진이 가져온 경제의 조로현상이 우리의 성장을 죄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와함께 지난 2∼3년간은 물가ㆍ임금인상과 더불어 기업인ㆍ근로자들의 「경제하고자 하는 마음」의 상실로 노동효율ㆍ기술개발력 등이 현저히 약화돼가고 있다.
이는 경쟁국인 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와 비교해도 훨씬 뒤져 이른바 아시아의 「네마리 용」 가운데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31일 발표한 아시아 주요국과의 경쟁력요인 비교조사에 따르면 사실은 좀더 명확해진다.
우리의 경우 산업구조는 2차산업의 비중이 60년대 이후 공업화와 함께 꾸준히 높아져 왔으나 88년의 37.4%를 정점으로 89년엔 33.2%로 뚝 떨어져 감소추세를 나타내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2차산업 비중이 일단 40∼45%까지 올라갔다가 금융ㆍ보험ㆍ통신 등 새로운 서비스산업의 특화에 따른 산업구조개편으로 3차산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2차산업이 32∼36% 수준에서 재조정되는 게 정상적인 경제발전의 패턴인데,한국은 40%선에도 못미친 채 3차산업으로 뛰쳐가는 비정상적인 산업공동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우등생인 일본의 2차산업 비중이 70년대 초반 45%까지 올라갔다가 80년대 이후 35∼36%선에서 머물고 있으며 대만 또한 80년대들어 계속 40∼46%선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는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 경제는 성숙한 청장년 시대를 꽃피워보지도 못한 채 「애 늙은이」가 돼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가ㆍ임금ㆍ노동효율ㆍ기술개발력 등 경제지표들도 난감하기는 다를 바가 없다.
노동효율은 우리가 85∼89년 연평균 14.6%의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기록,대만(8.3%) 일본(6.3%)에 앞섰으나 높은 임금인상과 기술개발부진등이 장애가 돼 1인당 부가가치는 절대액면에서 일본의 26%,싱가포르의 54% 수준에 머물고 있다.
여기에 물가는 일본ㆍ대만 등 경쟁국이 상반기중 2∼3% 상승에 그친 반면 우리는 두 자리수를 벌써부터 우려하고 있다.
더큰 문제는 산업현장의 근로의욕 해이현상으로 수출품의 불량률이 작년말 현재 일본 1.5%,대만 2.5%인 데 비해 우리는 두배가 넘는 4.2%에 지난 6월에는 6%까지 치솟았다.
국민경제를 건실히 발전시키려면 제조업이 정상적으로 뻗어나가면서 이를 토대로 서비스업이 성장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2∼3년간을 보면 제조업투자 수익률은 부진 영업이익률이 제조업의 경우 86년 11.62%에서 작년엔 7.89%로 악화된 데 반해 부동산 서비스업은 6.42%에서 12.35%로 높아졌다. 수익률이 높아야 제조업을 할텐데 사정은 반대였던 셈이다.
한국경제는 이제 제조업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다시 되돌아가야 한다. 그러려면 금융ㆍ세제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지원수단을 제조업에 모아줘야 하며,더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국민모두가 제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는 일이다.<양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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