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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사회 NGO] 새로운 100년을 향해 다시 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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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우리나라 시민운동의 대부 격인 서울 YMCA(이사장 박우승)가 28일로 창립 1백주년을 맞았다. 국내 민간단체로는 처음으로 1백살을 맞은 서울 YMCA의 역사는 곧 한국 시민운동의 역사다.

서울YMCA는 28일 오후 6시30분 서울 힐튼호텔 컨벤션센터에서 1백주년 기념식을 열고 '창립 2세기 비전 선언'을 발표할 예정이다. 주 내용은 ▶기독교 운동체로서의 정체성.운동성 강화▶평화통일운동 전개▶청소년문화운동 매진▶시민정치운동 전개▶국제연대활동 강화 등이다.

지난 1세기 동안 YMCA운동은 민족의 역량을 키우고 시민사회의 성장에 큰 기여를 해왔지만, 세월의 흐름에 비례해 '낡은 운동'이란 이미지가 고착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열린 자세로 시민들과 함께 운동을 풀어나가겠다고 다짐한다.

서울 YMCA는 구한말 개화파 청년들과 미국 선교사들이 주축이 돼 1903년 10월 28일 설립한 '황성기독교청년회'가 모태다. 초창기부터 YMCA의 멤버들은 근대적 사회개혁 의식에 고취돼 있었기 때문에 직업교육.농촌운동.기독교 민권운동에 정열을 쏟았다.

이상재(2대 회장).윤치호(4대 회장).김규식.홍재기 등 독립협회 지도자들이 YMCA에 대거 참여하면서 이미 해체된 독립협회의 정신을 계승하는 기틀을 세웠다. 이외에도 이승만.조만식.이승훈.남궁억 등 민족지도자들이 YMCA활동의 선봉에 서면서 민족역량 육성에 이바지했다.

YMCA는 체육활동에도 노력을 기울여 1905년 야구를 처음으로 보급했다. 이어 농구(1907년).스케이트(1908년) 등을 이 땅에 도입했다. 1917년 국내 최초의 실내체육관 건설과 1920년 조선체육회(대한체육회 전신)창설도 YMCA의 업적이다. 일제는 민족 지도자들을 탄압하기 위해 '1백5인 사건'(1911) 등을 일으켰지만, YMCA는 이에 굴하지 않고 노동야학.물산장려운동 등으로 민족 단결의 구심점 역할을 했다.

1919년 3.1독립만세운동에서도 민족 대표 33인 중 9명이 YMCA 인사였다. 특히 20년대 물산장려운동은 민족경제자립정신을 고취했으며 '우리는 농민의 경제적 향상, 사회적 단결, 정신적 소생을 도모한다'는 당시 YMCA농촌운동의 슬로건은 지금까지도 계승되고 있다.

일제 말기 탄압이 극심해지면서 YMCA도 강제 해산의 비운을 맞게 된다. 그러나 해방이후 종교부.소년부 활동이 재개됐다. 한국전쟁 이후 한국 사회의 재건 움직임 속에 YMCA도 급속히 조직을 확대했다. 56년엔 서울YMCA를 비롯, 전국 23개 도시에 지부가 생겨났고 1만5천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당시 YMCA는 피란민 구호사업.빈민식량센터사업.상이군인 원호활동.직업보도학교 등 사업으로 호응을 얻었다.

70년대 유신체제 등장과 고도성장에 따른 빈부격차 확대는 YMCA운동에 전기를 가져왔다. 1973년 출발한 서울YMCA 사회개발단은 시민의식개발을 위한 '시민논단'을 비롯, 시민권익 옹호를 위한 시민중계실.지역사회 개발을 위한 이동사회관.직업소년학교.양곡은행.이동체육관 등의 활동을 펼쳐나갔다. 68년부터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시민논단 프로그램은 시민사회가 미숙하고 건전한 여론 형성 장치가 없던 시기에 사회적 담론과 토론문화를 형성하는 데 큰 공로를 세운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80년대 서울YMCA는 시민운동의 선구적 실천활동을 전개했다. 외채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자구운동.YMCA중등교육자협의회 조직과 5.10선언으로 이어진 교육민주화 운동.양담배 및 향락문화추방 시민운동.전세입주자 피해대책등 사회적 약자 지원활동 등이 그것이다.

동시에 기관 위탁과 프로그램 위주로 조직을 급속히 팽창했는데 이는 "YMCA가 수익을 추구하는 사업기관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사회가 민주화.다원화되면서 시민사회의 외연 확대가 급속히 일어난 90년대에도 서울YMCA는 환경보전시민운동.시청자운동.촌지추방운동.녹색소비운동.바른선거문화운동 등을 벌이며 한국 시민운동의 밑거름 역할을 했다.

현재 서울YMCA는 회원 5만명에 지회 15곳.상근 직원 2백50명에 달하는 매머드 조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외형이 확장되면서 YMCA의 본연의 운동정신을 상실하고 있다는 내부 비판이 제기됐고 이는 결국 지난해 실무간사들의 개혁을 요구하며 표용은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분란 사태를 낳기도 했다.

현재 YMCA 안팎에선 "YMCA가 새로운 1백년을 이끌어갈 새 패러다임을 창출해야 할 시점"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이와 관련, 한신대 김성재(기독교교육학)교수는 지난 21일 1백주년 기념심포지엄에서 "오늘의 YMCA는 생명.평화문화를 창조하는 문화운동, 지식정보사회의 선도적 역할, 세계화에 대응하는 국내.국제적 연대활동, 남과 북을 아우르는 평화운동을 구체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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