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몸서 떼낸 세포 소유권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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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의사가 환자 몸에서 떼어낸 세포를 이용, 몇백만 달러 어치의 치료제를 개발했을 때 그 소유권은 과연 누구에게 있을까.
일본의 조일 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AERA』 최신호는 지난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최고재판소가 이에 대해 판결한 내용에 대해 자세히 실었다.
판결 내용은『환자는 그 세포에 대한 소유권이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을 이용해 만든 제품에 대한 권리도 없다. 다만 환자 측은 자신의 세포가 사용된데 대해 문의할 수 있는 권한은 있다.』사건의 발단은 지난76년 미국 시애틀의 사업가 존 무어씨(당시 31세)가「헤어리 세포백혈병」으로 불리는 진기한 질병에 걸려 비장을 적출해 냈던 것.
무어씨의 주치의며 저명한 암 학자인 캘리포니아대 로스앤젤레스 분교의 데이비드 골디 박사는 무어씨의 비장을 조사하던 중 GM-CSF(과립구마크로파지 증식인자)로 불리는 변형된 특이 세포를 발견했다. GM-CSF는 아주 희귀한 세포로 혈액 중에서 박테리아는 물론 암 세포까지 파괴시키는 두 종류의 단백질을 증식시키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인자의 시장규모는 몇백만 달러 어치의 규모를 가진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 실정.
골디박사는 80년대초 무어씨의 세포를 토대로 배양된 세포주로 치료제를 개발, 특허를 얻음과 함께 곧 상품화해 2백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이 사실을 알아낸 무어씨는 83년 골디 박사와 캘리포니아대를 상대로 세포소유권에 대한 소송을 제기했다.
무어씨는 사전에 환자의 동의가 없었기 때문에 이는 사기·횡령에 해당되며 결국 골디박사는 자신의 소유물인 비장의 세포를 도둑질해 갔다고 주장했다. 환자 세포의 소유권을 둘러싸고 생긴 사법재판은 처음 있는 일로 미국 생명과학분야의 학자나 회사 등은 재판 진행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졌던 것은 물론이다.
결국 소유권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환자의 문의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돼 무어씨도 이 판결에 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캘리포니아 대 변호인단의 한사람인 앨런 와그너씨는『의사가 환자의 세포를 연구나 상업적인 응용을 위해 사용할 경우 동의서에 환자의 사인이 필요하며 환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그 세포를 사용한 연구는 불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려 앞으로 이와 비슷한 일이 생겼을 경우 분쟁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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