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의 명수 이강돈·김형석 볼도 쳐내 안타 만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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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스트라이크뿐만 아니라 볼도 노려서 친다』올 시즌 프로야구 최다 안타부문의 강력한 후보로 꼽히는 빙그레 이강돈(30)과 팀의 연패에도 불구하고 타격의 절정기를 맞고 있는 OB 김형석(28)이 볼을 노려 쳐 안타로 만들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들 두 선수는 팀 순위·분위기 등 이 상반된 입장에 있으면서도 나란히 타격1, 2위를 마크,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올 들어 유난히 좌타자들이 타격부문을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선두 주자 격인 이들은 연령적으로나 프로야구 경력 면에서 절정기에 있으며 똑같이 수비에서의 체력 부담이 적은 외야수를 맡고 있어 타력의 상향곡선이 언제까지 뻗어날지 흥미로운 관심거리다.
지난해 1백37개의 안타를 때려 최다안타 부문을 석권한 이강돈은 올 시즌 더욱 뜨겁게 방망이가 달아올라 24일 현재 타격(0·371), 타점(53점), 장타율(0·590), 최다안타(95개), 출루율(0·431)등 공격5개 부문을 휩쓸며 한국프로야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볼을 맞히는 능력에 관한 한 한국1위』란 평을 듣는 이는 타고난 체력을 바탕으로 볼이건 스트라이크 건 가리지 않고 두들겨 상대투수들을 당혹하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컨트롤(제구력)이 뛰어날수록 난타 당하며 유리한 카운트에서 무심코 버리는 볼을 던지다 적시타를 맞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볼을 안타로 만드는 괴짜 이는 22일 LG와의 4연 전 마지막 경기에서 4-4로 접전을 벌이던 2회 말 볼카운트 0-2에서 상대선발 김태원이 타자 몸 쪽에 바짝 붙여 유혹하는 강속구를 던지자 이를 그대로 받아쳐 우측 담 장으로 넘겨 버렸다.
1회 말 3루 타를 맞은 김이 몸 쪽 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한 것이었으나 이는 볼도 때리는 타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았어야 했으며 LG는 결국 이 한방으로 패하고 말았다.
이와는 달리 원숙해진 선구 안으로 정확한 타격을 구사, 타율 0·328로 타격2위에 올라 있는 김형석도 볼을 노려 치는 타자로 알려져 있다.
신일고→중앙대를 거친 프로 6년 생인 김은 전임 이광환 감독으로부터「메이저리그 급 타자」라는 극찬을 받을 정도로 펀치 력과 정확도가 뛰어난 선수.
최근 들어 김은 타율이 높아지자 상대투수들이 기피 성 볼을 많이 던지는 등 김빼기 작전으로 나오자 좋아하는 코스로 오는 투구는 볼이라도 친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전환, 성과를 얻고 있다.
김은 또 이강돈·김민호(롯데·29)등과 함께 국내 좌타자 중 좌완투수의 볼을 가장 잘치는 선수로도 평가되고 있어 취약점이 별로 없는 완벽한 타자인 셈.
그러나 최근 OB가 11연패에 빠지는 등 승률이 3할2푼4리로 추락, 최하위를 달리고 있어 김의 타격은 다소 빛을 잃고 있는 실정이다.
각기 상반된 환경 속에서 보석처럼 빛을 발하고 있는 두 선수는 예리한 타격과 함께 펀치 력도 뛰어나 이가 홈런 12개, 김이 10개를 기록해 홈런4, 5위에 나란히 랭크돼 있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올 시즌 이·김 등의 활약으로 보아 90년대 프로야구 타격판도는 이들이 주도하게 될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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