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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CoverStory] 여행작가 추천 단풍 산사 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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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량사

대웅전 댓돌 위 곱게 벗어놓은 흰 고무신 속에 피보다 붉은 단풍 몇 잎이 떨어졌다. 수행자 맘 흔들어 놓으려는 괘씸한 것들 같으니. 절집에 관심 많은 여행작가 세 명이 호젓한 산사 두 곳씩을 추천했다.

정리=유철상 여행작가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 동두천시 소요산 자재암

일주문까지 1㎞ 알록달록

동두천 소요산 입구 주차장으로 들어서자마자 별천지가 펼쳐진다. 일주문에 이르는 1km 남짓한 길가엔 커다란 단풍나무들이 새빨갛게 물들어 있다. 예쁜 폭포와 계곡이 귀를 졸졸 씻어준다. 일주문을 지나 자재암에서 목을 축인다. 원효폭포와 절벽 사이로 붉게 물든 단풍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일주문과 자재암 주변은 커다란 단풍나무가 많아 단풍비를 맞을 수 있을 정도다. 소요산은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져 있다. 봉우리와 능선을 따라 한 바퀴 돌 만하다. 시간이 여의치 않으면 일주문을 지나 공주봉부터 오른다. 공주봉 오르는 길에 소요산 전체 붉은 단풍을 한눈에 볼 수 있다. 031-860-2065.

▶가는 길=동부간선도로를 따라가다 의정부 방면 3번 국도를 탄다. 동두천시를 지나 소요산 방면으로 5.7km 정도 달리다 보면 우측에 소요산 입구 주차장이 나타난다.

◆ 남양주시 운길산 수종사

진입로부터 2㎞ 주홍빛 터널

남한강과 북한강이 몸을 섞어 한 줄기를 이루는 양수리. 양수리를 감싸 안은 운길산 속 수종사는 숨은 보석 같다. 진입로로 들어서면 2km에 이르는 주홍빛 단풍터널이 이어진다. 여길 지나 주차장에서 돌계단을 오르면 바로 수종사다. 수종사 앞마당에 서면 확 트인 전망이 나타난다. 절집은 작지만, 절이 품은 단풍 세상은 한없이 넓다. 시선을 멀리 던지면 높고 낮은 산들이 붉은 몸빛으로 다가서고, 시선을 당기면 한강에 합류하기 직전 북한강의 장관이 펼쳐진다. 절 마당 옆 삼정헌에 들러 녹차 한잔. 녹차값은 따로 받지 않는다. 031-576-1792.

▶가는 길=팔당대교 지나 6번 국도를 타고 양평 방향으로 간다. 양수대교 앞에서 서울종합촬영소 방향으로 가다 조안우체국 왼쪽 아스팔트길로 진입.

추천=유철상 '마음으로 떠나는 산사체험' 저자

◆ 동해시 무릉계곡 삼화사 관음암

으뜸 계곡에 늦단풍 절경

동해시 무릉계곡은 계곡 중 으뜸으로 손꼽힐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계곡을 따라 붉은 빛깔 선명한 늦단풍이 층층이 물들어간다. 호젓한 단풍 산행을 즐기고 싶다면 삼화사에서 뒤편 오솔길을 따라 관음암까지 가는 길이 좋다. 삼화사는 무릉계곡 초입의 작은 절. 관음암 주변으로는 바위와 능선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신선이 된 기분으로 안락하게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관음암을 거쳐 하늘문에 이르는 길까지는 무릉계곡의 단풍을 한눈에 내려다보면서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햇살 좋은 오후엔 삼화사 아래쪽 무릉반석에 누워 가을 햇살을 벗 삼아 휴식을 취해보는 것도 좋다. 033-530-2471.

▶가는 길=동해고속도로 종점으로 나와 7번 국도를 타고 동해시를 우회한 다음 42번 국도를 타고 2km쯤 가면 무릉계곡 삼거리. 좌회전해 5km쯤 들어가면 무릉계곡 주차장.

◆ 봉화군 청량사

"숨겨놓고 보고 싶다" 퇴계도 감탄

매년 단풍철마다 산사음악회를 열어 인파로 북적대곤 했던 청량사. 올해는 사찰 사정으로 음악회를 열지 않아 훨씬 호젓하게 단풍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경북 봉화군 명호면과 안동시 도산면에 걸친 청량산은 12개의 바위 봉우리로 이루어진 돌산. 멀리서 보면 쉬 오르지 못할 것만 같다. 하지만 40분 정도만 오르면 차곡차곡 쌓아놓은 시루떡처럼 켜켜이 펼쳐진 단풍을 감상할 수 있다. 청량사 내에서도 단풍 조망이 가장 아름다운 곳은 응진전. 퇴계 이황도 숨겨놓고 싶다 했던 청량산은 산도 사람도 붉게 물들이는 마력이 있다. 054-672-1446.

▶가는 길=중앙고속도로 영주 나들목에서 빠진다. 영주시내를 지나 36번 국도를 달리면 봉화읍. 봉화읍에서 울진 방면으로 달리다 청량산 이정표 따라 918번 지방도로를 타면 청량사.

추천=이형권 '아름다운 산사' 저자

◆ 무주군 적상산 안국사

여인네가 붉은 치마 두른 듯

가을이면 여인네가 붉은 치마를 두른 듯 단풍이 아름다운 전북 무주 적상산. 여기서도 가장 전망 좋은 곳이 안국사다. 안국사가 있는 9부 능선까지 차를 타고 오를 수 있어 가족 단위 단풍 여행지로 안성맞춤. 산 정상에 오르면 덕유산 향적봉이 아늑하게 보이고 불 붙은 듯 활활 타오르는 산맥 물결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절 앞마당에 서면 덕유산 향적봉, 칠연봉과 거치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절을 감싼 모습이 보인다. 사찰 앞에서 등산로 왼편으로 뻗은 오솔길을 따라 20여분 정도 걸으면 향로봉에 닿는다. 각종 활엽수와 단풍이 어우러진 오솔길은 사색에 잠기기에 좋다. 063-322-6162.

▶가는 길=대전~통영간 고속도로 무주 나들목으로 나와 19번 국도를 타고 무주읍을 지나 727번 지방도로로 빠져 북창리를 지나면 적상산 매표소. 매표소에서 안국사까지는 자동차 진입 가능.

◆ 부안군 변산 개암사

변산반도 동쪽 끝 숨은 보석

서해안의 명승지로 손꼽는 변산반도 동쪽 끝에 자리한 개암사. 바로 옆 내소사의 아름다움에 밀려 잘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천년고찰로 일주문에서 개암사를 잇는 길목 양편에 시원하게 늘어선 단풍나무 숲이 매우 아름답다. 500m 정도 거리지만 짧고 선명한 단풍색이 인상적이다. 자가용을 타고 가지 않는다면 개암제에서부터 걷는 것이 좋다. 푸른 개암제에 방점처럼 찍힌 붉은 단풍나무와 전나무의 행렬이 곱다. 또한 개암사 대웅전 처마 위로 보이는 울금바위의 웅장한 자태가, 붉고 노란 단풍과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063-583-3871.

▶가는 길=서해안고속도로 줄포 나들목으로 나와 좌회전하면 줄포읍. 보안 삼거리에서 30번 국도로 우회전. 30번 국도를 타고 가다 석포 삼거리에서 변산 방향으로 우회전하면 개암사 이정표.

추천=이겸 '가고 싶은 만큼 가고 쉬고 싶을 때 쉬어라'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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