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엽 "잠자리채 갈채 평생 잊지못해"

중앙일보

입력

"아시아 홈런 신기록(56개) 작성은 국민 여러분의 힘이 컸다. 시즌 막판 잠자리채로 보여준 팬들의 사랑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국민타자' 이승엽(27.삼성)이 모든 영광을 국민들에게 돌렸다. 과연 국민을 위한 국민타자에 의한 국민과 국민타자의 해였다. 2003시즌 프로야구는 이승엽으로 시작해서 이승엽으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막 전만 하더라도 이승엽이 올 시즌 내내 '태풍의 눈'으로 자리잡을 지는 본인조차 기대하지 않았다. 프로 9년째로 올 시즌을 끝으로 완전 FA 자격을 갖는 이승엽은 시즌 후 메이저리그 진출 외에 큰 욕심을 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승엽은 지난 해까지 '야구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정규시즌 MVP와 홈런왕을 각각 4차례씩 차지했고, 그토록 갈망했던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도 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팬들은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영웅의 모습에 열광하기 시작했고, 이승엽의 방망이도 그 어느때보다 불타올랐다.

풍성한 기록 잔치였다. 4월 한 달간 주춤했던 이승엽의 방망이는 5월 월간 최다 타이인 15홈런 아치를 그려내며 '이승엽 태풍'의 신호탄을 쏘아올리더니, 6월에는 세계 최연소 300홈런(26세 10개월 4일)을 기록했다. 7월까지 41홈런을 터트려 후반기 내내 아시아 최다 홈런 기록 경신에 온 국민의 관심을 끌어 모았다. 심리적 부담과 투수들의 집중견제로 다소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지난 2일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대망의 56호 홈런을 터트리며 아시아 프로야구사에 이정표를 다시 세웠다.

이승엽은 타점 부문에서도 신기원을 개척했다. 시즌 144타점으로 지난 해 자신의 127타점을 갈아치운 역대 최고다. 시즌 경기 수(133경기)보다 많은 타점이 기록되기는 이번이 처음. 득점 부문 1위(115개)도 차지해 이승엽은 올 시즌 타격 3관왕에 올랐다.

역대 최다 페넌트레이스 최우수선수상(MVP) 수상자 기록을 남긴 이승엽은 내달 아시아야구선수권 겸 2004아테네 올림픽 지역예선전을 출전, 일본 대만 등을 상대로 가공할 홈런포를 선 보일 예정이다.

일간스포츠=정회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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