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4)월경 전 증후군|박용균<고려대 의대 교수·산부인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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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20세 안팎의 여대생이 심각한 문제로 병원을 찾아왔다. 생리를 시작하기 닷새 전쯤만 되면 자신의 감정변화가 심해져 어떻게 조절할 수가 없다고 한다.
『심한 우울증에 빠지고 괜한 일로 신경질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유방이 부풀어오르고 아프기도 해요.』
얘기를 종합해 보니 월경 전 증후군이 남들보다 심한 경우다.
월경 전 증후군(PMS)이라 함은 월경 3일전부터 14일 전쯤에 나타나는 징후인데 정신적·육체적으로 태도가 변하는 현상이다.
그것이 규칙적으로 발생되기 때문에 변화를 자신이 감지하면 며칠 후에 생리가 온다는 것을 예측할 수도 있다.
나타나는 증상은 사람마다 틀리지만 일반적으로 유방이 부풀어오르고 아파진다. 그리고 쉬 피로를 느끼거나 아랫배가 불러오기도 한다.
정신적으론 우울증에 빠지는 등 감정변화가 심해지며 화도 잘 나고 신경질적으로 된다.
이러한 변화 때문에 일부 여성들은 자신도 모르게 물건을 훔치는 등 범죄를 저지르기도 한다.
최근 미국에선 월경 전 증후군이 큰 관심분야로 많은 사람들이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원인은 불분명하며 근본적인 치료방법도 밝혀지지 않았다.
취할 수 있는 방법은 대증 요법으로, 나타나는 증상에 각각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유방이 심하게 아프다면 그 증상을 완화시키는 호르몬제를 복용한다든지 하는 식이다.
그리고 피임약을 복용하면 프로제스테론의 영향으로 월경 전 증후군이 줄어들거나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여성의 경우 이 월경 전 증후군이 너무 심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아 왔으며 그 결과 규칙적이던 생리마저 중단되는 수도 있었다. 물론 약으로 치료하여 정상적으로 복원되긴 하였지만 정신적 압박감을 너무 심하게 받을 필요는 없다.
여성에게 생리가 있다는 것은 출산능력이 있다는 표시며 건강함을 의미하는 작용이다. 그리고 생리 전에 누구 나가 감정·신체의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그 변화가 남달리 심하다고 하면 극복할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생리 때라 해서 일상생활에 위축 받을 필요도 전혀 없다. 구토·설사 등과 함께 통증이 너무 심하다고 호소하는 여성이 있는데 이는 항 프로스타글란딘 제 제로 완화시킬 수 있다.
자궁 내 염증이 있거나 자궁 내막 증의 경우도 생리통이 심해진다. 자궁 내 장치인 루프를 삽입해도 통증이 심하며 생리주기 사이에도 피가 비칠 수 있다.
생리 때가 되면 성욕이 증가되지만 성생활을 의도적으로 기피하는 여성도 있다. 생리 때에 성생활을 한다 해서 질병이 유발되는 건 아니므로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스트레스라든지 심한 운동 등으로 인해 생리주기에 이상이 생기면 의사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생리 때라 해서 산부인과 내 진을 기피할 필요도 없다. 생리를 한다는 건 건강하다는 표시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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