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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틴틴경제] 올 노벨 평화상 받게 한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무슨 뜻인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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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방글라데시 수도 다카에서 45㎞ 떨어진 바스타라는 마을의 주민들이 그라민 은행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대출 상환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이 마을의 베네사 카툰(右)은 이 제도 덕분에 극빈자에서 벗어나 자립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로이터=연합뉴스]

요즘 '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지요. 바로 올해 노벨 평화상을 받은 방글라데시 그라민 은행의 무하마드 유누스(66) 총재 때문에 자주 입에 오르내리고 있답니다. 유누스 총재는 방글라데시의 빈민구제를 위한 금융사업인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성공적으로 운영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습니다.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뜻은 말 그대로 소액 신용대출을 말합니다. 1980년대 이후부터 서서히 사용되기 시작한 말입니다.

◆종류가 다양=마이크로 크레디트라는 말은 여러 형태의 대출에 쓰이고 있습니다. 친구나 친지에게 돈을 빌리거나, 은행에서 대출받는 것도 마이크로 크레디트라고 볼 수 있지요. 특수 은행이 농촌에 담보 없이 소액 대출을 해 주는 것도, 대부업체가 돈을 빌려주는 것도 일종의 마이크로 크레디트입니다. 유누스 총재는 "다양한 형태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합니다. 그래야 정확한 정책과 적절한 제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지요.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담보 없이 소액을 제공한다는 뜻으로 보면 그 범주가 10여 가지는 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노벨 평화상을 받은 그라민 은행이나 많은 사회운동가가 펼치는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이 빌린 돈으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요. 가난한 사람에게 담보 없이 돈을 빌려주고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금융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가난한 사람을 위한 제도=요즘 가난한 사람뿐만 아니라 약간만 연체한 사람도 은행에 돈을 빌리려면 '하늘의 별 따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은행들은 돈을 떼일까봐 사람들을 신용도라는 점수로 매겨 돈 빌려 주는 걸 차등화하고 있지요. 대출을 연체한 기록이 계속 따라다녀 돈 빌려쓰기가 매우 어려워졌답니다.

은행들은 가난한 사람에게 돈을 빌려줬다간 떼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출해주지 않고 있습니다. 확률적으로도 돈 많은 사람보다는 돈 없는 사람이 빌린 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겠지요. 따라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시중은행에 담보나 보증도 없이 대출해주라고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정부도 보조금으로 무작정 지원할 수도 없습니다. 정부 지원이 늘면 결국 국민의 세금도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무담보 소액 대출은 대부분 사회 운동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어떻게 운영되나=마이크로 크레디트는 두 가지 형태로 운용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운영단체가 스스로 이익을 내면서 사업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부금이나 정부 보조금 등에 의존하는 것이지요.

자력으로 운영하려면 상대적으로 이자율이 높아야 하겠지요. 또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자체 운영기금을 확보해야 할 겁니다. 반대로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곳은 이자율은 낮지만 자생력이 없어 안정적으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답니다.

그라민 은행은 95년부터 기부금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곳보다 조금 높은 이자를 받는 대신 자력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택한 것이지요.

하지만 많은 단체가 기부금이나 국가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영단체인 액시온은 중앙아시아.남미 등 저개발 지역에서는 영리사업을 하지만 미국 내에선 기부를 통한 비영리사업을 합니다. 씨티그룹도 사회 공헌 차원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에 기부하고 있지요. 한국의 대표적인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영단체인 사회연대은행이나 신나는조합도 비영리단체입니다.

프랑스의 '경제권리를위한조합(아디)'은 비영리 민간단체의 금융활동을 제한하는 프랑스 은행법 때문에 여수신 업무를 하는 데 한계에 부닥치자 94년 은행과 파트너 계약을 하는 방식을 도입했어요. 아디가 은행에 신용보증을 하고 은행은 실업자. 출옥자.농촌여성 등에게 창업 대출을 해주는 식이지요.

◆아직 초기 단계인 한국=한국에서는 마이크로 크레디트가 정부의 지원 없이 출발했습니다. 2000년 설립된 신나는조합과 2003년 등장한 사회연대은행은 출범 후 자생적인 노력을 펼치고 있어요. 그라민 은행의 한국지부격인 신나는조합은 그라민에서 지원받은 5만달러를 종자돈 삼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20~30년 간 이어져온 외국과는 달리 한국의 마이크로 크레디트는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현재 한국에서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하는 곳이 네 곳 내외에 불과하고, 그나마 인력과 외부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신용회복위원회는 은행과 연계해 다음달부터 채무 불이행자를 대상으로 마이크로 크레디트 사업을 펼칠 예정입니다.

2005년은 유엔이 정한 '마이크로 크레디트의 해'였습니다. 이제 한국도 민간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마이크로 크레디트를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켜야 할지 고민해야겠지요. 은행의 휴면예금이나 기업의 기부금 등을 종자돈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습니다. 틴틴 여러분도 좋은 아이디어를 내보세요.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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