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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경비" 경찰 1만 명 '제주 상륙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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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경찰이 제주도에 1만여 명의 경찰력을 동원하는 사상 최대의 '상륙작전'을 편다.

경찰청은 23~27일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4차 협상을 경비하기 위해 경찰관 400여 명과 전.의경 91개 부대 9600여 명을 제주도에 파견한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제주도에 전.의경을 포함해 3000여 명이 상주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파견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번 작전에는 식비를 제외하고도 장비 이동과 숙박비 등에 28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 '원정 시위' 대비=경찰은 지휘차.살수차.조명차.방송차.위생차.수송버스 500여 대와 헬기 2대 등 각종 장비도 함께 동원한다. 이를 위해 해양경찰과 해양수산부의 협조를 얻어 해경정과 여객선 20편으로 인원과 장비를 제주도로 수송할 계획이다.

경찰의 이번 작전은 시민단체 300여 개가 참여한 한.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의 회담 저지를 막기 위한 조치다. 원정 투쟁단 5000여 명은 21~22일 항공편과 여객선을 이용해 제주도에 집결할 예정이다. 이후 ▶22일 협상단의 입국 저지 시위▶23일 협상장 주변 범국민 대회 개최▶25일 전국 동시 집회를 열겠다는 계획이다. 운동본부 관계자는 "이번 4차 협상에서는 감귤을 비롯한 농산물을 희생양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며 "제주 현지에서 1만여 명의 농민이 시위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22일 협상장 주변의 집회.시위에 대해 불법.폭력행위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원천봉쇄키로 했다. 운동본부 측이 해상에서 선박 시위를 할 것이라는 첩보에 따라 해경 측의 경비 협조도 요청했다. 경찰청은 "관광지인 제주도의 이미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평화.준법집회는 보장하지만 불법.폭력행위에 대해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 유례없는 작전=1만여 명의 경찰력과 500여 대의 장비를 정해진 일정에 맞춰 제주도로 수송하기는 경찰 사상 처음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많은 인원과 장비가 한꺼번에 바다를 건너가 수송과 보급이 큰 문제"라고 말했다.

특히 작전기간이 제주도 수학여행 성수기와 겹쳐 배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달 들어 매일 평균 1000여 명의 학생이 제주를 찾는다. 결국 경찰은 해경정으로 1600여 명, 임대 여객선으로 1500여 명을 보내고 나머지 6900명은 남해안 각지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일반 시민과 함께 이용할 예정이다. 시민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경찰은 전.의경 대원을 배 안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식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하루 세 끼 3만 개의 도시락이 필요하지만 제주도에는 이 같은 엄청난 분량의 도시락을 일주일 동안 공급할 수 있는 대형 업체가 없었다. 도시락을 육지에서 수송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식품이 상할 우려가 있어 포기했다. 결국 현지의 10개 급식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숙소는 학교나 체육관 등을 이용하려 했지만 1만여 명을 한꺼번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없어 펜션.콘도도 일부 사용하기로 했다.

이철재.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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