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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슬땀에「북경메달」영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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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일·북한 등 추격 신경>
○…『목표는 오직 하나. 최상의 실력을 쌓아 최고의 영예를 얻자.』-습기 머금은 한여름의 폭염이 땀 복을 흠뻑 적실망정 북경 아시안게임 용사들이 토해내는 함성은 힘차게 태릉골을 뒤흔든다.
『얏!』기합과 함께 바를 치켜올리는 역도 김병찬(김병찬·한체대)의 꽉 다문 입술에서, 연신 매트에 나뒹굴면서도 오뚝이처럼 우뚝 솟아오르는 유도 김병주(대체대)의 부릅뜬 눈에서 북경을 향한, 또 아시아정상을 노리는 의지가 불꽃처럼 번뜩인다.
대회개막을 꼭 70일 앞둔 한국스포츠의 성채 태릉선수촌은 하루하루가 꽉 짜여진 훈련의 일정에 따라 자신과 국가의 영광을 위해 선수들에게 뜨거운 땀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올림픽위원회(KOC)와 대한체육회가 14일 총3백8개의 금메달이 걸린 북경아시안게임에 출전할 한국대표선수단 6백68명을 최종확정지음으로써 본격 카운트다운에 돌입한 선수촌은 삼복더위도 잊은 채 긴장감에 휩싸여있다.
체육회는「금메달 65개, 종합2위」달성을 목표로 천명, 『86, 88 양 대회에서 이룬 영광을 잇자』고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기도 하다.
더욱이 이번 북경대회는 서울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혼쭐이 난 중국의 홈그라운드인데다 일본·북한 등도 오직 한국 타도를 벼르는 상황이어서 훈련의 강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종목 채택에 텃세 극심>
○…따라서 북경아시안게임을 내다보는 시각은 낙관을 불허.
우선 종목선택에서부터 홈팀 중국의 텃세가 난폭할 정도다. 중국은 북경대회를 준비하면서 자국에 유리한 우슈(금6) 세팍타크로(금2) 커누(금13) 여자유도(금8) 여자역도(금9) 등을 새로 채택했는가 하면 기존의 사격(금30→40) 수영(금34→40)의 금메달 수를 크게 늘렸다.
반면 서울대회 때의 태권도·볼링·승마 등을 제외시키고 동시에 한국의 메달박스라 할 양궁의 세부종목 수를 12개에서 4개로 줄여버렸다. 유리한 종목에서 금메달을 최대한으로 거둬들여 금메달경쟁에서「확실한」우위를 담보하겠다는 속셈이 너무나 빤하다.
중국은 총3백8개 세부종목 중 금1백40개 이상을 거머쥐게 돼 한국(금65개 안팎) 일본(금56∼7개) 북한(금22∼23개)을 압도할 것이다.
여기에 북한이 한국의 강세종목인 복싱·레슬링·사격 등에서 라이벌로 대두되고 있어 더욱 한국을 곤경에 몰아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한국이 꼽고있는 메달유망종목은 양궁·사격·테니스·펜싱·사이클 등. 여기에 투기종목(레슬링·복싱·유도)이 가세, 이들 종목에서 줄잡아 40개 이상의 금메달을 따내야 종합 2위의 목표달성이 가능해진다.

<사격·테니스 등 활기>
○…다행히도 사격·테니스·사이클 등의 경기력이 최근 부쩍 향상돼 태릉의 분위기는 활기를 띠고 있고 체육회는 종합2위 달성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 시작했다.
28개 전 종목(카바디 제외)에 걸쳐 경기력이 비교적 안정돼 가고있다는 분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한두 종목을 제외하고는 한결같이 메달권에 접근해 있다는 판단이다.
선인원 지도위원은『선수들의 바이오리듬을 북경대회에 맞춰 훈련일정을 조절하고 있다』면서『대회가 임박해오면서 선수들의 사기가 절정에 치솟아 목표달성은 무난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체육회 강화훈련단은 88올림픽직후 북경대회에 대비해 5단계 마스터플랜을 작성, 단계별로 체계적인 훈련을 실시해왔다. 최종 완성단계를 맞고 있는 요즈음 기술과 체력훈련을 50-50의 비중으로 착실히 실시하고 있으며 그 성과가 매우 좋다는 것이 김성집 선수촌장의 자평.
한편 실전 경험 축적을 위해 지난해 21개 종목 4백21명이, 올해는 21개 종목 4백96명이 해외 전지 훈련을 다녀왔다.
그 동안 들인 훈련비용이 엄청나다.
올림픽이후 투입된 대표 선수 강화 훈련비가 줄잡아 2백억원에 이르며 앞으로 1백억원 이상이 추가될 계획이라고-.

<유진선, 슬럼프 벗어나>
○…『안되면 되게 하고 된다면 더욱 확실하게 하라.』가장 낙후된 종목의 하나인 육상.
스타트선상에 어깨를 나란히 한 선수들의 결의는 더욱 다부지다. 이번 북경대회를 은퇴무대로 삼겠다는 한국육상 불세출의 스타 장재근(장재근·한전)은 아시안게임 3연패를 위해 다시 스파이크 화를 질끈 동여매고 있다.
그는 그동안 좌절과 재기 속에 안간힘을 써왔다.
테니스의 유진선(대우)도 한때의 슬럼프를 완전히 씻은 듯 단식 2연패의 당찬 포부를 거침없이 털어놓을 정도로 표정이 밝다.
그런가하면 최근 스위스에서 급거 귀국, 대표팀에 합류한 남자핸드볼의 달인 강재원(강재원)은 선배답게 앞장서 로빙슛을 터트리며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찍어내고 있고「돌아온 코트의 타조」남자농구 김유택(기아자동차)도「타도 중국」을 가장 소리 높여 외치며 마무리 전술훈련에 온 정열을 쏟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오전6시 러닝으로 하루를 열고 밤10시가 돼서야 침상으로 향하는 것이 대표선수들의 하루 일과다.
올림픽을 치른 후 첫 국제종합대회를 맞는 선수들의 각오로 태릉의 하루는 더욱 뜨거웠다.<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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