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평론가 김현 문학 발자취 재조명 "활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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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달 27일 48세로 타계한 문학평론가 김현씨(본명 김광남)의 문학적 업적에 대한 조명 및 추모사업이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김씨가 생전에 창간 및 편집동인으로 참여했던 문학과지성사는 계간『문학과 사회』겨울호를 통해 특집으로 김씨의 문학적 세계를 살필 예정이다. 문학과지성사는 또 金씨의 1주기에 펴낼 예정으로『김현 문학전집』과『추모문집』을 기획하고 있다.
전집에는 김씨가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한 월평 등 단편적인 글들로부터 평론·연구·문학사·번역 등 10여권의 저서에 이르기까지 생전에 썼던 모든 글들이 실리게 된다. 무크 형식을 취할 추모문집에는 김씨에 대한 연구 및 김씨가 추구했던 문학연구·평론의 연장선상에 놓인 후학들의 문학연구·평론 등이 실릴 예정이다.
이밖에 월간『문학정신』등 다른 문예지들도「김현 추모특집」을 기획, 김씨의 대표적 평론 재 수록 및 그의 문학세계를 살필 예정이다.
대학재학시절 김승옥·김치수·최하림·김주연씨 등과 함께「산문시대」「사계」등 동인활동을 하던 김씨는 62년 평론「나르시스 시론-시와 악의 문제」가 『자유문학』에 추천돼 문단에 나오며 본격적인 평론활동을 폈다. 특히 金씨는 70년 김병익·김주연·김치수씨 등과 함께 『문학과 지성』을 창간, 문단의 한 복판에서 한국문학의 지성을 이끌었다.
김씨의 문학세계는 평론·연구·문학사로 나눠볼 수 있다. 문학평론가로서 그는 방대하고 꼼꼼한 책읽기에 바탕, 한글로 글을 썼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유했는가, 그 작품을 통해 어떻게 현실의 배면에 숨어있는 진실을 밝힐 수 있는가를 한국문학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이미지와 구조를 통해 밝혀나갔다.
4·19 제1세대 대표주자로서 그의 한국문학에 대한 애정은 문학사 기술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김씨는 김윤식씨와 함께 쓴『한국문학사』에서 근대문학의 기점을 통설로 굳어져 있던 갑오경장에서 조선후기 영·정조시대로 끌어올려 서구이식 문학사관을 극복했다.
김씨는 순수·참여문학논쟁에도 끼어 들어 67년「참여와 문화의 고고학」에서는 무분별하게 서구의 이론을 유입하지 말고 우리 고유의 발상법을 회복하고자 했고 70년「한국소설의 가능성」에서는 예술과 상상력을 말살, 정치도구로 변모된 사회주의 리얼리즘을 비판했다.
그러나 김씨는 순수·참여의 이분법적 사고를 극복하는데 진력했다.
『나는 욕망의 뿌리가 심리적이며 사회적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 모든 욕망은 역사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믿음은 프로이트와 마르크스를 종합·극복해 보려는 내 오랜 시도와 맞물려 있다.』
87년 퍼낸『르네 지라르 혹은 폭력의 구조』글머리에서 밝혔듯 그의 평론 연구·번역들은 바로 프로이트로 대표되는 순수와 마르크스로 대표되는 사회를 종합하려는 노력의 산물로 볼 수 있다. 행복하게, 그러면서 의미 있게 살기 위해서는 쾌락원칙에 집착하는 문학과, 현실원칙에 집착하는 사회가 결국은 상호 보존적으로 인간의 삵을 위해 노력해야 된다는 것이 김씨가 평생의 문학적 작업을 통해 사회에 남긴 메시지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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