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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올로기의 증언』저서로 유명 미래학 대니얼 벨 박사|"김일성 사망 후 북한도 개혁 가능성"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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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 독재정권인 알바니아도 최근 민주화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도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치고 있는 이 같은 민주화물결을 이제는 거역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데올로기의 종언』등 명저로 유명한 미래학의 세계적 석학인 미국의 대니얼 벨 박사(71)가 한국전기통신공사 초청으로 8일 낮 내한, 김포공항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역저『이데올로기의 종언』 에서 탈 이데올로기현상을 통해 오늘의 동구변화를 예견했는데 북한· 쿠바만은 아직 예외다. 북한의 문은 언제쯤 열릴 것인가.
▲정확한 예측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강력한 권력을 가진 독재자가 죽거나 권좌에서 물러나면 그 체제는 유지하기 어렵다. 따라서 김일성이 사망하면 북한은 개혁의 바람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
-2000년대는 아시아·태평양국가가 세계의 중심이 된다고 전망했는데.
▲아시아·태평양 국가들만이 세계의 중심이 된다는 뜻은 아니다. 북미와 유럽국가들이 여전히 세계 중심인 가운데 한국·일본 등 태평양 국가들이 새로운 중심지역으로 떠오른다는 말이다.
-한국의 장래를 어떻게 보는가.
▲높은 교육열과 근면성이 밑받침 된 한국은 역동적인 발전을 거듭, 21세기 환태평양시대에는 유럽·미주 등과 함께 세계 중심권의 일부가 될 것이다.
한국은 매년 많은 대학졸업생들이 하버드대를 비롯, 미국의 저명 대학에 유학해 착실히 기초과학을 배우고 있어 오히려 일본보다 전망이 밝다.
-현재 많은 학자들에 의해 미래정보사회가 예견되고 있는데 박사의 견해는.
▲정보사회는 복잡한 대상으로, 나는 주로 경제와 사회위주로 미래사회를 전망해왔다.
미래사회는 분명히 기술로 인해 사회·경제가 변하겠지만 문화적인 면에서는 속단할 수 없다.
그러나 정보화사회가 고도화되더라도 오늘날 인류의 기본덕목이나 철학·인권존중·민주주의 원칙이 변할 수는 없다.
-조지 오웰은 정보화사회로 인간의 자유가 크게 속박될 것으로 진단했는데.
▲그것은 단견이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날로 늘어나는 국민들의 자유의지에 대한 욕구는 통제할 수 없고 설혹 그것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순간적인 통제에 불과하다.
벨 박사는 15일까지 서울에 머무르며「제3의 기술혁명」이란 주제로 세 차례 특별강연을 갖는다. <정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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