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납치 추행/취객상대 강도/자가용영업 범죄 날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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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거의 훔친차 이용 약탄 음료수 먹여/월 10차례 천만원 뜯기도/유흥가ㆍ역주변서만 2천여대 성업
자가용 영업행위를 하며 술취한 사람이나 여자승객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성폭행까지 일삼은 강도사건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특히 이같은 범죄의 온상이 되고있는 자가용영업행위는 최근 개인택시가 늘어나면서 심야에 택시잡기가 힘든데다 음주운전단속강화로 크게 늘고있어 단속이 시급하다.
◇실태=서울 서초경찰서는 1일 택시를 기다리던 20대 여자회사원에게 『집까지 태워주겠다』며 유인,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뒤 인근여관으로 끌고가 강제로 폭행하고 94만원어치의 금품을 털어 달아난 김병국씨(22ㆍ전과11범)를 붙잡았다.
지난달 27일에는 자가용영업행위를 하다 40대 주부 승객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한뒤 설악산 등지로 끌고다니며 폭행한 양환우씨(31)가 경찰에 붙잡혔다.
양씨는 『폭행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하며 차량구입비 1천만원을 요구하다 피해자 가족들과 격투끝에 중상을 입고 경찰에 넘겨졌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도 5일 자가용 영업행위를 하며 한달동안 10여차례에 걸쳐 술취한 승객들을 흉기로 위협,1천만원어치의 금품을 털어 온 이광기씨(30) 등 3명을 붙잡아 강도혐의로 구속했다.
◇수법=대부분 훔친 승용차를 이용하는 범인들은 2인조이상인 경우가 많고 심야에 술취한 사람이나 연약한 부녀자를 골라 범행을 저지른다.
범인들은 으슥한 곳으로 차를 몰아 흉기로 위협,금품을 턴뒤 인적이 드문 곳에 피해자를 내려놓고 달아나는게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승객을 안심시키기 위해 피해자를 우선 태운뒤 미리 약속한 지점에서 합승을 가장해 공범을 태우고 범행을 저지르는 등 수법이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또 룸살롱 등에서 손님이 맡겨둔 승용차 열쇠로 2∼3시간동안 자가용영업행위를 하다 교통사고를 일으켜 피해보상 등이 엉뚱하게 승용차 주인에게 되돌아오는 경우도 많다.
회사원 김모씨(36ㆍ서울 개포동)는 지난달 25일 강남 모카페에서 종업원이 자신이 맡겨둔 승용차로 영업행위하다 접촉사고를 일으킨후 뺑소니친 바람에 1주일후 경찰서로부터 출석요구서가 날아와 이를 해결하느라 큰 골치를 앓았다.
경찰은 서울 서초동ㆍ신사동 등 강남일대의 유흥가와 영등포역ㆍ고속버스터미널 등 서울일대에만도 2천대가 넘는 자가용승용차가 영업행위를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문제점=경찰은 자가용영업행위 단속이 가장 강력한 방범수단이라 보고있으나 영업행위 자체를 적발하기가 쉽지않다는 이유로 지속적인 단속을 하지 않고있다.
또 범인들은 도난차량을 이용하더라도 범행이 끝난뒤 다시 다른 차량을 훔쳐 범행을 저지르는 등 갈수록 지능화돼 경찰로서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이철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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