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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낡고 전문인력 부족/정수장 관리 엉망(초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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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감사원이 조사한 17곳 운영실태/기준미달 약품ㆍ모래 사용하기 일쑤/응집기ㆍ침전 찌꺼리 제거장치등 고장난채 방치/청원경찰이 정수장을 관리하기도
감사원이 조사한 전국 17개 정수장의 운영실태를 살펴보면 「이런 정수시설에서 나온 수도물을 정부가 어떻게 국민들에게 안심하고 마시라고 할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조사대상이 당초부터 수질에 문제가 있는 정수장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그 정도가 훨씬 심각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종합평가에서 『국민들은 안심하고 마실수 있는 맑은 물을 충분히 공급해주도록 요구하고 있으나,정수처리시설은 노후되고 상수도를 생산ㆍ공급하는 관계공무원의 노력부족으로 원수관리나 정수처리시설의 유지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으며 수질관리에 필요한 전문인력마저 확보되지 못하는 등 여러 문제점이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21일부터 9월9일까지 실시된 감사원 감사대상은 서울 노량진ㆍ영등포ㆍ선유ㆍ부산 화명ㆍ대구 다사ㆍ인천 부평ㆍ광주 용연ㆍ수원 광교ㆍ안성 간이급수ㆍ옥산 간이급수ㆍ옥천ㆍ예산 삽교ㆍ금강 석성ㆍ김제 검산ㆍ나주 남평ㆍ목포 몽탄ㆍ의창 대산 등 17개 정수시설.
감사결과 주요 지적사항은 다음과 같다.
◇원수관리=수원 광교정수장은 하루 평균 3천8백t의 깨끗한 팔당원수를 여과지 역세척수를 저장하는 회수조에 혼합한후 이를 양수하여 정수처리하고,영등포정수장은 구내의 수세식변소(11곳)ㆍ샤워장(8곳)ㆍ식당 등 부대시설에서 배출되는 오수를 별도로 배출시키지 않고 역세척수와 혼합 처리함으로써 원수를 오염시키는 요인이 됐다.
인천 부평정수장은 가양취수장의 원수가 연평균 1백80일이상 암모니아성질소의 농도가 기준치(0.5PPM)를 10배나 초과하고 대장균도 기준치를 1백28배나 초과,정수과정을 거쳐도 수질기준 이하로 처리가 불가능한데도 오염이 심한 원수를 계속 취수하고 있다.
◇정수약품=예산 삽교정수장 등 7곳은 분말활성탄ㆍ소석회ㆍ황산동ㆍ표백분ㆍ황산알루미늄ㆍ클로르칼크 등 정수약품이 기준미달인데도 구매ㆍ사용함으로써 정수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부산 화명정수장 등 7곳은 원수취수량을 제대로 측정하여 소독약품을 투입하지 않았고,대구 다사정수장 등 12곳은 원수의 수질상태를 측정해 소독약품 투입량을 결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
◇정수처리=부산 화명정수장 등 6곳은 투입된 약품과 원수가 잘 섞이도록 하는 혼화기 및 응집기를 고장난채 방치,약품 투입효과를 떨어뜨리고 있다.
노량진정수장 등은 침전지의 경사판 청소를 제때에 하지않아 경사판을 통과한 물의 탁도가 오히려 높아졌다.
노량진ㆍ영등포정수장은 침전지의 찌꺼기 제거기를 모두 고장난채 방치하고 인력으로 연평균 4회씩 찌꺼기를 제거함으로써 수질을 더 악화시켰다.
여과지의 여과사층에 쌓이는 부유물을 세척하는 표면세척기가 여과지의 역세척 시기를 알려주는 손실수두계가 고장난 곳이 많아 여과기능이 저하될 뿐만아니라 여과모래층에 중금속이 함유된 진흙덩어리(머드볼)가 형성돼 수도물에 중금속이 흘러들어갈 우려가 높다.
또 부산화명정수장 등은 기준에 미달하는 여과사를 사용하면서 오염된 여과모래를 물로만 세척함으로써 오염물질을 제거하지 못했을뿐만 아니라 영등포정수장 등 5곳은 여과모래의 두께를 규정보다 얇게했다.
인천 부평정수장 등 5곳은 침전지와 여과지의 찌꺼기를 세척하면서 중금속 등에 오염된 물질을 그대로 하천에 방류했다.
광주용연정수장은 자동염소소독기를 설치해놓고도 근무자가 작동방법을 몰라 수동식으로 소독약품을 투입했다.
용연정수장은 또 정수지의 용량부족으로 바닥에 쌓인 찌꺼기까지 가정에 급수했다.
수원광교정수장은 수질검사결과 기준에 부적합했는데도 이를 허위로 기재하고 수도물을 공급했으며 색도ㆍ탁도 검사를 생략했다.
옥천정수장은 대청호의 수질이 원수3급에 해당되어 오염이 심한 상태인데도 원수의 수질에 따라 꼭 필요한 전염소나 활성탄 처리도 없이 일반적인 침전 및 여과방법으로만 처리한후 수도물을 공급했으며,수질검사 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고서도 시설보안이나 약품투입량을 조정하지 않았다.
◇인력관리=서울시는 9개 수원지 사무소장 40명중 29명을 상수도분야 근무경력이 없는 사람과 승진초임자로 발령했으며 이중 7명은 사무소장 발령후 1년 이내에 타부서로 전보됐다.
광주용연정수장 등은 컴퓨터에 의한 자동제어장치를 설치하고도 이를 운영할수 있는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않고 있으며 예산삽교정수장 등은 전문지식이 없는 청원경찰이 정수장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수질관리=부산화명정수장은 급수량과 인구를 감안,수도전의 검체를 최소한 54∼1백개로 하지않고 6개 수도전만을 대상으로 수질검사를 실시했다.
나주남평ㆍ예산삽교정수장은 매일 측정해야하는 색도ㆍ탁도 및 잔류염소 측정기가 확보돼있지 않아 규정된 수질검사가 불가능한 상태다.<한천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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