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금남긴 「거여 일보 후퇴」/총리사과로 국회정상화… 불씨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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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선심용」인정 청와대 흠집… 못내 아쉬움 여/「한판승」이어갈 후속 폭로작전 펼칠 듯 야
서울시 예산전용문제로 초반부터 공전을 거듭하던 임시국회가 총리의 사과로 극적인 돌파구를 마련,3일부터 정상화됐다.
국회는 지난달 27일 서울시 예산의 1억6천1백10만원 전용및 정부특별기금 5백52억원의 선거선심용 여부가 평민당측에 의해 제기된 이후 정부의 시인ㆍ사과를 놓고 여야가 대립,28일 오후부터 공전을 거듭했다.
2일 극적인 타결은 이 두가지에 대해 민자당이 정부측 시인ㆍ사과를 하겠다고 받아들인데서 실마리가 풀렸다.
○…여야총무들은 일요일인 지난1일 비공식접촉을 통해 ▲서울시 예산의 노태우총재명의 사용에 대한 정부측 조사및 수명의 관련 공무원 처벌 ▲특별기금 5백52억원의 예산전용사실 시인 ▲총리 사과후 밀린 사회ㆍ경제분야 대정부질무 속개등 평민당측이 내놓은 국회정상화 방안을 대체로 수용키로 합의했다.
김동영민자당총무는 이같은 합의안으로 청와대의 재가까지 받았다는 것.
그러나 2일 세차례의 총무회담을 열며 또다시 진통을 거듭해 정상화여부가 불투명해졌으나 김영삼대표ㆍ김종필최고위원등 민자당수뇌부의 적극적인 정상화 요구로 정부측이 수용했다.
가장 문제된 부분은 평민당이 5백52억원이 「단순히」 전용된 것이 아니라 「선거선심용」으로 전용됐다는 사실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선 것.
김동영총무는 평민당이 국회정상화에 대한 위협카드로 쥐고 있는 예결위원ㆍ2개증설 상위위원명단을 넘겨받아 상임위정상화까지 보장받는 교환조건으로 이 안을 수용키로 하고 총리실에 의사타진을 했다.
그러나 총리실에서는 『선거선심용이란 말은 할 수 없다』고 버티며 한때 고성까지 오갔고 이진비서실장ㆍ안치순행정조정실장 등이 직접 국회로 달려와 발언수위를 조절.
이때문에 김영삼대표최고위원은 긴급 당직자회의를 열어 당의 입장을 재정리,강영훈총리를 설득.
민자당이 이렇게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 것은 이미 증거자료등 사실로 드러난 것을 더이상 숨기고 국회를 공전시켜봐야 여론의 비난만 거세질 것이란 계산때문이다.
특히 이 특별기금은 『지구당위원장과 상의해서 쓰라』고 지시,「선거용」임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더구나 이번 회기중에 통과시키지 않으면 안될 안건들이 잔뜩 밀려있는데 평민당이 예결위ㆍ상위 구성자체를 거부하고 나설 경우 거여의 무기력에 대한 비난과 횡포에 빠지게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노태우정권의 창출과 관련된 도덕적인 상처를 입게 됐지만 민자당은 이 문제를 6공 이전의 5공문제로 돌려 『5공비리야 이미 엄청나게 공개된 것들 아니냐』고 자위했다.
협상당사자인 김동영총무도 『5공때 법이 있었느냐. 5공 때 일이 다 그런 것 아니냐』고 5공문제임을 거듭 강조.
○…그럼에도 노대통령에 대한 흠집은 피할 수 없는 것이어서 당초 막후접촉을 맡았던 김윤환정무장관은 김영배평민당총무에게 전화를 걸어 『섭섭하다.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느냐』고 항의하는등 민정계와 민주계간에 압력도 노출.
여야총무들은 또 서울시 예산전용문제도 1주일이내에 정부가 조사,보고키로 합의했는데 보고내용은 『「일부 공무원의 과잉충성」으로 이루어진 일』로 하고 관련공무원 수명을 징계하는 선으로 내막적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그동안 평민당이 주장해온 국정조사권 발동문제도 행정위의 실태파악소위 보고를 듣고 재론키로 했지만 「일부과잉충성분자」로 지목된 하위직 공무원을 희생양으로 삼는 정도로 끝내기로 한 것이다.
한 여당의원의 표현대로 「눈감고 아옹하는 식」의 해결에도 불구하고 민자당으로선 쓰디쓴 참패를 한 것이며 이 때문에 민정계의원들 중에는 『거여가 되어 더 잘할 수 있는 게 뭐냐』는 불만을 터뜨리는 강경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상위활동,일부 안건처리에서는 일방통행식의 강경분위기도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여 또다른 격돌을 예고하고 있다.
민자당의 한 부총무도 『이것은 평민당이 대여공세의 전주곡을 울린데 불과하다』고 말했듯이 평민당은 제2,제3의 폭로작전을 벌일 것이라는 게 국회주변의 일치된 관측이다.<김진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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