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전용」 싸고 파란/국회공전/“총리답변 부실” 야 공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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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조권 요구 회의불참 평민/계속 불참땐 단독 강행 민자
국회는 29일 오전 10시 본회의를 속개,사회분야 대정부질문을 계속할 예정이었으나 87년 대통령선거때의 서울시 예산 변태지출문제에 대한 정부측 답변문제때문에 회의를 하지 못하고 오전 본회의가 공전됐다.<관계기사3면>
국회는 이에앞서 28일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도중에도 이 문제에 대한 강영훈국무총리의 답변을 놓고 시비가 벌어져 6차례나 회의가 정회된 끝에 질문을 모두 마치지 못하고 자정이 되어 자동 산회됐었다.
민자당과 평민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총무회담을 열어 수습방안을 논의했으나 김영배 평민당총무가 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한 데 대해 김동영 민자당총무는 정부측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자체조사,해명토록 하고 본회의는 그대로 진행시키자고 맞서 회담이 결렬됐었다.
국회는 이날 오후 2시 본회의를 소집했으나 민자당 의원들만 참석하고 평민당 의원들이 나오지 않자 일단 정회를 선포했다.
민자당은 평민당이 계속 불참할 경우 본회의를 민자당 단독으로라도 열어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을 강행키로 했으나 평민당측은 이를 실력저지키로 해 본회의의 정상진행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이날 공전되면 주초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민자당은 오전 국회가 공전되자 이날 낮 김영삼대표최고위원 주재로 긴급 원내대책회의를 열고 이날 오전 공전된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질문을 민자당 단독으로 강행키로 결정했다.
민자당은 또 평민당측이 국회정상화의 조건으로 요구한 서울시 예산전용문제를 정부가 최단시간내에 조사,보고토록 요구하는 한편 평민당측 협조를 요청키 위해 부총무가 접촉을 갖기로 했다.
박희태대변인은 『서울시 예산전용문제는 5공때의 이야기로 현안문제도 아니고 액수도 적은데 우리가 은폐할 이유가 없다』며 『야당은 국회를 마비시키는 일을 공적으로 생각하지 말고 국회정상화에 협조하기를 요청키로 했다』고 말했다.
평민당은 이날 의원총회를 열어 ▲강총리는 국고를 유용한 사실과 불성실한 답변으로 국회를 모독한 사실을 시인하고 사과할 것 ▲민자당은 국고를 불법 전용한 사실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국정조사권 발동에 응하라고 결의했다.
결의문은 국가예산을 정권유지를 위해 자의적으로 불법 유출한 것은 명백한 횡령행위라고 주장하고,특히 87년 대통령선거당시 전두환대통령의 결재를 받은 5백52억원의 국고와 서울시 예산이 선거자금으로 전용된 게 확인됐음에도 강총리가 『모른다』 『그런 사실없다』는 식으로 무책임한 위증을 한 것은 국회와 국민을 우롱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28일 본회의는 홍기훈의원(평민)이 전날 공개한 「87년 특별회계기금확보계획」등 정부예산전용문제의 처리를 둘러싸고 정부측의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답변을 듣자는 평민당의 주장과 의회규칙에 따른 의사진행을 해야 한다는 민자당의 주장이 맞서 6차례나 정회됐다.
평민당은 의사진행발언등을 통해 『증거가 명확한 문서를 제시했는데도 정부가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정부는 이를 시인,사과하고 ▲국회국정조사권 발동을 요구했다.
민자당은 본회의 대정부질문에서 일문일답식 의사진행은 할 수 없으며 문서의 진정성 여부등에 대해 행정위원회에서 따로 다루자』고 주장했다.
이에앞서 강영훈국무총리는 답변에서 『특별기금은 71년부터 87년까지 대통령이 새마을사업등 특별히 관심갖는 민생숙원사업에 대한 부처별 해당항목 예산을 서류상으로 모아둔 것뿐』이라고 말하고 『서울시 예산이 노태우총재명의 격려금으로 유용됐다는 문서는 작성자와 작성시기등이 나와 있지 않아 더 조사한 뒤 답변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본회의 공전에 따라 당초 예정됐던 의사일정중 2명 의원의 대정부질문과 3명 의원질의에 대한 정부측 답변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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