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닿는대로 방화출연하고 싶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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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서투른 우리말이지만 말의 내용은 또렷하게 전달한다.
『연기란 진실에 바탕을 둬야하고 이 세상의 진실이란 대체로 비극적이지요.』
재일교포3세 배우 김구미자씨(30).
김호선감독의 『미친 사랑의 노래』에서 말마따나 매우 비극적인 주인공으로 열연했다.
그녀는 『미친…』에서 10여년전 월남전에서 전사한 애인의 환영에 매달려 완전히 뒤틀린 일상에 허우적거리는 대학강사역을 맡았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 뭐 이런 여자가 있나 싶더라구요. 그런데 가만 생각하니 그럴 수도 있구나싶고, 그래서 극의 주인공이 불쌍하고 그래요. 그렇지만 영화에서처럼 그렇게 미친듯 쏘다니면 어떻게해요. 구원이 안돼잖아요.』
실제의 자기 성격과는 반대라 좀 답답하다는 김씨의 말처럼 『미친…』에서 여주인공의 방황, 더구나 자폭과 다름없는 성적 방황은 이 영화의 취약점으로 보여진다.
아무리 아름답던 옛 사랑일지라도 그 사랑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는 그것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찾는 것이 리얼리즘의 진짜 의미를 획득하기 때문이다.
『미친…』에서는 김호선감독이 『겨울여자』등에서 늘 그랬듯 많은 섹스신이 나온다.
지나치리만큼 섹스신이 많은데 이것이 애인과의 사랑행위가 아닌 소외된 자신의 내면을 숨기고 잊기위한 방편으로 사용되기 때문에 절정감을 보여주지 않고있어 그렇게 지저분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부감으로 잡은 옛애인과 흡사한 용모의 제자와 나누는 사랑신은 아름다운 영상으로 기록될만하다.
『기회가 닿으면 한국영화에 자주 나오고 싶고 채플린의 메시지같은 좋은 코미디를 했으면 한다』는 김씨는 일본동경에서 재일교포들이 중심이 된 극단 「양산박」의 주요멤버로 10여년째 활동하고 있다. 7월14일부터 한달예정으로 『인어 전설』을 공연한다.
『미친…』는 지난해 이황림감독의 『애란』에 이어 두번째 출연한 한국영화다. <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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