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작권 이양 무척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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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직전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한국은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의 조기 이양을 무척 바란다"며 노무현 대통령의 관련 발언록까지 보여줘 최종 재가를 받았다고 미 외교안보 라인에 정통한 워싱턴 소식통이 11일 밝혔다.

소식통은 "한.미 정상회담 (지난달 14일) 엿새 전인 지난달 8일 백악관에서 열린 안보브리핑에서 럼즈펠드 장관이 부시 대통령에게 '2009년까지 한국에 전작권을 이양할 방침'이라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브리핑에 참석했던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와 국무부 관계자들 중에는 "(2009년은) 너무 이르다"는 이견을 제기한 이들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럼즈펠드 장관은 부시 대통령에게 "2009년 이양에 문제없다"고 재차 강조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에 대해 한국은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물었다. 럼즈펠드 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이 전작권 이양은 당장이라도 가능하다고 밝혔다"며 준비해둔 노 대통령의 발언 내용 번역본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여 주며 "한국은 전작권 조기 이양을 무척 바란다(They love it)"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부시 대통령은 "오케이"라며 럼즈펠드 장관의 요청을 승인한 뒤 "다만 이양 시기는 미국과 한국 국방 실무자들이 협의해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6일 뒤 한.미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전작권 이양 방침을 최종 확인하고, 구체적인 시기는 실무자 간 협의를 통해 결정한다고 발표했다.

소식통은 "럼즈펠드 장관이 백악관과 국무부가 말리는데도 부시 대통령을 설득해 조기 이양 방침을 관철시켰다"며 "하지만 이후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국의 안보 상황이 달라진 만큼 전작권 이양 계획은 보류돼야 한다"고 말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8월 미국 전군지휘관회의에서도 "한국은 전작권 행사 능력이 충분하다"고 말해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동의한다"는 대답을 끌어낸 바 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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