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독 HWWA 경제문제연구소 한스 에카르트 샤러박사(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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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서독 경제통합 중장기적으론 낙관”/“전화통신분야 한국업체 진출 바람직”
『동서독의 경제통합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중ㆍ장기적으로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본다.』
학술회의 참석차 방한중인 서독의 저명한 경제학자 한스 에카르트 샤러박사(서독 HWWA경제문제연구소)는 7월1일로 다가온 동서독의 통화ㆍ경제 통합에 대해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샤러박사와의 회견요지.
­7월1일부터 동서독은 동일 화폐를 사용하는 하나의 경제권이 된다. 이번 국가조약비준이 갖는 의의는 무엇인가.
『동서독이 경제통합을 서두른 이유는 동독주민의 대량 서독탈출이었다.
이는 동독경제를 붕괴직전까지 몰고갔고 서독에도 주택난등 여러문제를 야기시켰다. 이에 따라 동독국민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자는데 양독정치지도자들이 의견을 같이해 그 구체적인 형태로 경제통합이 이뤄진 것이다. 단순히 서독마르크화가 동독의 공식화폐가 되는 차원을 넘어 경제체제를 근본부터 바꾸는 일대사건이다.』
­동독기업의 대량도산과 이에 따른 대량실업이 예상되는데….
『물론이다. 특히 동독의 중앙통제식 사회주의 경제체제를 시장경제형 자본주의체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산업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농ㆍ공업부문의 노동자 1백만명 가량이 서비스부문으로 이직해야 하는데 이는 바로 일시적 실업을 의미한다.
즉 생산성이 낮은 동독기업이 서독기업과 경쟁하기 위해선 감원이 불가피하며 또 도산할 경우 대량실업은 필연적이다.
이 과정에서 대략 2백만명 정도의 실업이 예상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해외와 서독자본의 유입으로 이들이 곧 재취업할 수 있으리라는 점이다.』
­이번 화폐통합으로 서독은 1천2백50억마르크의 돈을 새로 발행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인플레를 우려하고 있는 시각이 많은데….
『동독국민들이 우선은 실업에 대한 우려등으로 현금을 소비에 전용하지는 않고 상당부분을 저축할 것이다. 즉 현금통화는 늘지만 대부분 저축으로 환수돼 통화증발에 의한 인플레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다.
동독정부가 이제까지 생필품등에 지급하던 국가보조금을 폐지하게돼 동독물가가 단기적으로는 오를 것이다. 연말까지 3∼3.5%의 물가상승이 예상되는데 이는 아주 견실한 수준이다.』
­한국기업이 동독에 진출하려면 어떤 준비를 해야하며 어떤 분야가 유망한가.
『7월부터는 동독이 더이상 과거처럼 고립된 지역이 아니므로 장기적으로는 서독에 진출한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지금 당장 한국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부문은 전화통신사업이다. 한국기업은 이 부문에 풍부한 경쟁력이 있고,시장규모도 상상을 초월할만큼 크다.』
­같은 분단국이면서도 한반도의 경우는 아직 통일까지의 길이 요원한 상태라는게 일반적 분석이다. 한국정부나 국민이 통일을 달성하기 위해 취해야 할 자세에 대해 한마디 해달라.
『먼저 북한에 대해 희생하겠다는 각오가 필요하다. 북한의 풍부한 자원을 수입해 서로에 도움을 주는등 경제협력을 강화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동서독통일은 남북통일에 전형이 되고 있는만큼 독일의 통일과정을 잘 연구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유재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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