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파도에 되레 휩쓸린 고르비/미 전문가가 본 소련정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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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리슈코프총리에 미뤄도 책임 못벗어/내달 공산당 대회서 진퇴선택 불가피
현재 미국내에서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은 강력한 개혁을 추진한 용기있는 지도자로 비쳐지고 있으나 고르바초프는 결국 그가 추진한 개혁의 물결에 압도당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기금의 소련문제 전문가인 디미트리 시메스는 『고르바초프가 수문은 열었으나 거기에서 쏟아져나온 홍수를 통제하지 못하고 휩쓸려 버린 비극의 인물로 역사에 비쳐질 것인가』라면서 『우리는 현재 고르바초프에 대한 궁극적인 진실의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같은 순간은 어쩌면 오는 7월2일부터 시작되는 소련공산당대회에서 다가올수도 있다.
현재 소련에서는 고르바초프가 소련 대통령으로서의 자신의 새로운 권력기반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점차 인기를 잃어가고 있는 공산당 서기장직을 포기하는 기회로 이번 당대회를 활용할 것이라는 조짐들이 대두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고르바초프가 대통령은 외교와 안보에 전력하고 「생색안나는」경제는 내각에 담당시키는 프랑스식 대통령제를 창출함으로써 소련의 경제실패로부터 자신을 멀리하려는 의도를 지닌게 아닌가하는 추측을 하고 있다.
미국무부의 한 관리는 『고르바초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두가지 문제는 국가를 구하고 그 자신을 구하는 것으로 이들 문제는 공산당의 구원보다 우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리는 또 고르바초프가 국가의 제반 문제들에 대한 관리 책임을 분담하기 위해 비공산계 인사들을 참여시키는 일종의 연립정부까지도 고려하고 있을지 모른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시나리오에 따르면 니콜라이 리슈코프총리가 당면한 소련의 경제 침체에 대한 희생양이 될 것이나 정치 분석가들은 고르바초프가 궁극적인 책임을 회피할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시메스는 『고르바초프는 리슈코프를 희생시킴으로써 자신을 구하려고 하나 이미 고르바초프 자신이 현재의 경제적 혼란에 대해 광범한 비난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같은 일이 제대로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헤리티지 연구재단의 외교정책 책임자인 킴 홈스는 얼마전에 개최된 워싱턴의 미­소 정상회담이 보다 많은 미국인들의 관심을 고르바초프가 안고 있는 문제들로 집중시켰다면서 『고르바초프는 더 많은 헌법상의 권력을 장악하면 할수록 실질적인 권력은 상실할 것이며 소련의 현실적 약점이 결국에는 고르바초프의 영웅적 이미지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아무튼 고르바초프는 이번 공산당 대회에서 전면적 개혁의 성공이냐,아니면 잠재해온 파멸적 결과들이 나타나 당이 분열하고 자신의 권위가 더욱 실추되는 사태를 맞을 것이냐의 운명적 선택을 하게될 것으로 보인다.【로이터=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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