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곡없는 직코스 "흉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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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북경아시안게임 남자마라톤(9월30일) 에서 8년만에 아시아정상을 노리는 한국의 우승청사진에 뜻밖의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82년 뉴델리아시안게임에서 김양곤(김량곤·은퇴)이 우승한후 국제대회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내지못했던 한국마라튼은 이번 북경아시안게임에 다른 나라선수에 비해 가장 앞선 2시간11분대의 김완기(김완기·코오롱)와 김원탁(김원탁·동양나일론)등 2명의 정예선수를 파견, 「낙후 한국육상」의 오명을 다소나마 씻어줄 값진 금메달을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대회조직위(BAGOC)가 공개한 마라톤코스가 한국마라토너의 체질에 지극히생소한 단조롭기 그지없는 난코스인데다 기후조건마저 상대적으로 불리, 고전할 것이 예상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대회 마라튼코스는 당초 예상됐던 천안문이나 주경기장(공인체육양) 출발의 왕복코스가 아니라 시내중북부의 베이자오(배교) 육상장을 출발해 소련대사관앞→외교관아파트촌앞→천안문→자죽원공원앞→우독빈관앞 등 시내주택가를 일주하는 환코스.
북경대회를 앞두고 자료수집차 이곳에 온 마라톤대표팀의 정봉수(정봉수·코오롱)감독은지난14일 코스를 답사한후 『이렇게 단조롭고 삭막한 코스는 처음본다. 코스가 기복이 전혀없는 평지인데다 직선도로여서 잠실·성남이나 한강변 순환의 전원코스에 길들여진 우리선수들에겐 최악의 레이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이번 코스는 언덕빼기라고 해도 경사 2∼3도밖에 안되는, 그것도 길이 40m내외의 반지하차도 6군데와 길이 50m내외의 미니고가도로 두곳(12km·30km지점)이 전부일 정도의 평탄한 바둑판코스.
그중에서도 12km지점의 외교관 아파트촌→북경호텔→천안문→인민보험공사앞까지의 8km와 골인점까지의 6km는 커브하나없는 지평선코스로 난코스중의 난코스로 지적되고 있다.
게다가 대회기간의 날씨마저 지극히 건조하고 온도가 높아 일본·북한선수들에게 비해 상대적으로 체력이 달리는 한국선수들의 고전이 예상된다는 것.
중국기상대가 발표한 대회기간중의 최근 5년간 날씨는 습도65%, 온도23·2도로 같은 기간 한국날씨(75%, 20도)에 비해 고온건조할뿐 아니라 항상 건조한 대륙풍이 시내로 불어와체감온도는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가선수중 기록상으로는 한국의 김완기(2시간11분34초) 김원탁(2시간11분38초) 등한국선수가 가장 앞서고 있다.
한국과 경쟁할 일본의 다니구치 도모유키는 지난4월 런던마라톤에서 2시간12분22초(9위)가 자신의 최고기록이며 이즈미 또한 지난해 최고기록이 2시간12분59초로 한국에 다소 뒤져있다.
중국대표 역시 2시간13분대로 알려져 있으며 북한은 지난3월 선발전에서 최일섭이 2시간13분42초로 1위, 조옥현이 2시간14분대를 달려 2위를 했다는 것.
정감독은 그러나 『단조로운 코스에 온도가 높은 날씨에서는 기술이나 스피드보다는 체력이 뛰어난 선수가 단연 유리하다. 1∼2분의 기록차는 체력에 의해 뒤바뀔수 있다』면서 우리선수들의 체력열세를 걱정했다.
특히 일본의 다니구치는 더위에 강한 선수로 정평이 나있으며 북한의 최일섭과 중국선수들은 체력에서 한국선수보다 앞서있어 무척 힘든 경쟁이 될 것이라고 정감독은 예상했다.
연도관중들의 반응도 레이스에 큰 영향을 미치게 돼있어 유리할 것 없는 변수로 주목된다.
【북경=신간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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