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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체없는 「폭력」담아낸 연작소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7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여름의 잔해」로 등단한 이래 강편「죽음보다 깊은 잠」「풀잎처럼 눕다」「불꽃놀이」「숲은 잠들지 않는다」등을 잇따라 발표, 대중적 인기를 끌고었는 작가 박범신씨가 연작소설집 『흉기』(현대문학간)를 펴냈다.
중편 「틀」을 비롯, 「흉기」「단검」「그들은 그렇게 잊었다」「못과 망치」등 5편 중·단편을 싣고 있는 이 소설집에서 박씨는 형체없는 폭력을 다루고 있다.
진바실이라는 한 마을을 배경으로 폭력의 구조적 성격과 의미를 파고 든 중편「틀」은 이 소설집의 주제및 박씨가 요즘 천착하고 있는 작품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마을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는 강진사, 그 밑에서 소작인이나 머슴 노릇으로 연명해가는 마을 주민들,그런 상황에 전도사가 나타나 강진사의 횡포와 억압에 짓눌려 지내던 주민들에게 해방의 빛을 주게 된다.
주민들에게 정의와 자유를 위한 해방자의 면모로 비친 전도사는 그들을 규합, 강진사를 몰아낸다. 대신 전도사가 강진사의 권위를 차지, 다시 더 횡포한 마을의 독재자로 군림한다는 것이 이 작품의 기둥 줄거리다.
이 작품에서 박씨는 정치적·사회적 차원에서의 폭력의 구조를 드러내면서 전도사의 행적과 궤를 같이하는 어린이를 화자로 내세우면서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의미에서의 폭력까지를다루고 있다.
소설집 후기에서 박씨는 『형체없는 폭력구조때문에 우리는 황폐화의 길을 걸어왔다. 오늘도 우리는 일터에서, 거리에서, 안방에서 얼마든지 그런 폭력과 만난다. 심지어 우리 가슴속에서 키우고 있는 폭력까지도. 우리는 그것을 냉정히 바라보며 이 절망적인 폭력구조로부터 벗어나야한다』고 쓰고 있다.

<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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