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유화명작전 지상감상 ⑧ 7윌29일까지 호암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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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박수근의 예술에 대해 뭇사람이 보내는 찬사는 향토적 서정성이 근대적 조형으로 표백되었다는 점이다.
「봇짐을 지고 가는 행상 아주머니」에서 전형적으로 보여주듯 하루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박수근의 예술속에서는 더없이 순박하고 진솔하게 녹아든다.
우리나라 화강암의 질감을 느끼게 하는 표면처리, 간결한 형태와 선묘로 요약된 인물처리에서 우리는 이 대상에 대한 화가의 깊은 애정과 관심의 눈빛을 어김없이 읽어보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짧게 자른 단발머리에 검정 고무신을 신고 흰 포대기로 아기를 업고 있는 이『아기보는 소녀』(63년작, 35×21cm)를 보면 40대 이상의 사람이라면 누구든『그때는 저렇게 어린애가아기를 돌보았어』라며 그 옛날을 회상해낼 수 있을 것이다.
서양품의 겉멋이 한창 유행하면서 도회적 세련미만이 미덕이고 시골사람들의 천진무구한 삶은 촌스런 것으로 멸시되던 시절에 박수근같은 화가가 있어 그 시대를 이처럼 정직하게 증언해 두었다는 것은 우리 현대미술의 한 축복이었다.
유흥준<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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