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군사제재 포함 결의안 추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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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右)이 9일 오전(현지시간)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긴급 성명을 발표하기 위해 백악관 회의실로 들어서고 있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左), 조슈아 볼턴 백악관 비서실장이 대기하고 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북한이 핵실험 중단을 촉구한 의장 성명을 무시함에 따라 9일 긴급회의를 소집, 대북 제재 방안 모색에 착수했다. 미국 백악관은 이날 북한이 핵실험을 성공적으로 했다고 발표한 뒤 안보리가 북한의 도발적 행동에 대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길연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9일 "북한 핵실험에 대해 유엔 안보리가 비난할 게 아니라 북한 과학자들을 축하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전 뉴욕의 북한대표부로 출근하면서 기자들을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안보리 15개 이사국은 의장 성명을 무시하고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의 행동과 관련,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행위"로 규정하며 규탄했다. 이사국들은 또 응징 차원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마침 이달은 일본이 안보리 의장국을 맡고 있어 대북 강경 노선을 취할 공산은 더욱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안보리는 당초 이날 오전 반기문 외교부 장관을 유엔 사무총장 단독 후보로 추대하기 위해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날 밤 북한이 갑자기 핵실험을 하자 안보 관련 긴급회의로 성격을 바꾼 뒤 대북 제재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북핵 문제에 가장 민감한 미국과 일본이 군사적 제재까지 가능케 하는 유엔 헌장 7장을 원용,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헌장 7장은 국제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경제제재, 통신.교통 단절은 물론 군사적 제재까지도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헌장 7장은 또 특정국 제재에 나설 경우 먼저 41조에 언급된 비군사적 견제 방안부터 하고, 그래도 효과가 없다면 무력 사용을 가능케 하는 42조를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단계적 압박인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7일 북한 핵실험 중단을 촉구했던 안보리 의장 성명은 이런 경고가 무시될 경우 헌장 7장이 발동될 수 있음을 시사했었다.

이와 관련, 안보리 소속 각국 대사는 회의 참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유엔 헌장 7장 적용 여부 등에 대해 간단히 언급했다. 에미르 존스페리 영국 대사는 "북한 핵실험은 지역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라고 비난한 뒤 "7일 발표된 안보리 의장 성명에 이미 유엔헌장 7장이 반영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비탈리 추르킨 러시아 대사는 "비난받아야 할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유엔헌장 7장의 적용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왕광야 중국 대사는 "회의장에서 의논하겠다"고만 말했다.

한편 7월 북한 미사일 시험 발사 후에 발표된 안보리 결의안 채택 과정에서도 미국은 헌장 7장에 대한 언급을 포함하자고 주장했었다. 그러나 "너무 북한을 밀어붙이면 역효과가 난다"는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었다. 대신 안보리는 당시 북한으로부터의 미사일 및 관련 물자와 기술 조달을 막자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또 이 결의안을 통해 안보리는 가맹국들에 미사일 개발 관련 자금 이전을 막기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했다.

유엔헌장 7장은 세계 평화 유지를 명분으로 특정 국가에 대한 무력 사용을 허락하고 있다.

유엔본부=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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