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경제학상에 미 펠프스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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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먼드 펠프스(73.사진)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가 올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9일 "거시경제 정책의 장.단기 효과 사이의 관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 공로로 펠프스 교수를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왕립과학원은 "그의 연구가 경제정책뿐 아니라 경제학 연구에서도 결정적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예일대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펠프스 교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상충관계가 있다는 '필립스 곡선'을 부정하는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유명하다. 필립스 곡선은 물가가 떨어지면 실업률이 높아지고 반대로 실업률이 내려가면 물가가 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펠프스는 그러나 68년 논문에서 물가상승의 원인인 통화량 증가는 모든 가격과 명목소득만 높일 뿐 실업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장기적으로 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사이에 관계가 없기 때문에 인플레이션을 조절하기 위한 정부의 통화 정책은 실업률과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경제학에 불완전 정보를 도입했다. 그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경제학 연구는 모든 사람이 완전한 정보를 갖고 행동한다는 가정하에서 물가상승률에 대한 반응을 연구했지만 그는 경제 주체가 완벽한 정보를 갖고 있을 수 없다는 가정하에 각자가 갖고 있는 정보 내에서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한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중산층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원제 Rewarding Work)'는 저서에서 사회 소외계층에서 나타나는 빈곤의 악순환을 해결하는 방안으로 저임 근로자에 대한 보조금이나 세금혜택을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비숙련 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에게 보조금을 지급, 시간당 임금이 증가할수록 보조금을 줄이며 시간당 7달러 상한선에서 보조금을 완전히 없애자는 제안을 했다. 이렇게 하면 사용자는 노동자를 고용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고 근로자는 더 많은 일자리와 높은 임금이라는 이중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94년 컬럼비아대에서 펠프스 교수의 지도를 받았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김현욱 박사는 "꼼꼼했지만 농담을 좋아했던 분"이라며 "펠프스 교수는 한국 사람이 성실하다며 한국 사람에게 잘해 줬고 한국이 외환위기에 처했을 때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한편 펠프스 교수는 올해 노벨상을 받은 여섯 번째 미국인이 됐다. 그동안 발표된 노벨 화학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을 모두 미국인이 받았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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