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릴 수밖에 없는 「중국문」/한중 정상회담 추진설… 어떻게 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가시화까지 호흡 긴 대응필요/중국 「겉으론 완강·속은 호의」 두 모습
한소 정상회담으로 소련과의 수교가 기정사실화 됨에 따라 북방외교의 마지막 관문인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선 정부 관계자나 국민 모두 동북아의 세력균형이 크게 달라지고 있는 국제정세의 흐름에서 궁극적으로는 문이 열릴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언제 어떤 방법의 돌파구가 가능할지를 점치고 있다.
이런 낙관론은 노태우대통령 자신이 선도하고 있는 느낌을 준다.
노대통령은 지난 7일 워싱턴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소 정상회담으로 중국도 어떤 면에서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관계도 낙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개혁에 있어서 정치적인 면에는 소련보다 처져 있지만 경제적으로는 앞서있다』고 말하고 『우리는 북경 아시안게임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있어 이런 것이 모두 티끌모아 태산이 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노대통령은 심지어 앞으로 중국 지도자들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피할 수 없는 앞으로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해 「한중 정상회담 추진」이란 보도의 근거를 제공했다.
노대통령의 이같은 낙관적 전망이 결코 근거가 없거나 단순히 「희망사항」을 피력했다고 생각할 수 없으며 금후 우리의 외교력이 대중관계개선에 한결깊게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당장 외견상 드러나는 중국쪽의 반응은 우리의 기대와는 상당한 거리를 두고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중국 외교부대변인은 7일 노대통령이 한중 관계개선과 중국지도자들과의 회담을 희망하는 데 대해 『중국과 남조선은 공식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이미 여러차례 명명백백하게 밝혔다』고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다.
또 유화추외교부부부장은 5일 『한소가 조기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지만 한­중국간 완전한 외교관계수립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요지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뿐 아니다. 우리 정부는 한소 정상회담직후 제3국에서 중국측과 접촉을 갖고 이번 정상회담 내용을 설명키위해 중국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으나 중국측이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은 단기적으로는 북한에 밀착된 현재의 외교방침을 지속할 수밖에 없는 특수한 사정에 기인한다.
지난해 천안문사태이후 보수노선으로 회귀한 중국은 미국등 서방국가들로부터 고립감 탈피를 위해 북한과의 결속을 강화해 왔으며 최근 제3세계와의 관계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것도 대서방 고립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또 북경 아시안게임에 참가국 원수들을 초청한다는 설이 있었으나 확인결과 중국측에 그런 계획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 일각에서 논의된 노대통령의 방중은 단시일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이런 처지를 단숨에 벗어나 소련과 경쟁적으로 대한 관계개선에 응하리라 보는 것은 극히 비현실적인 접근이다. 때문에 이같은 중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비정치적이고 비공식적인 관계를 통해 점진적 개선을 모색해야 한다는 유종하외무차관의 말이 우리 정부의 기본입장이다.
이렇게 호흡을 길게 잡고 보면 중국쪽에서 변화가 없는 것도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지난 3일 배포한 당원용 간행물은 『한소 정상회담이 한미,한일,한중관계에 모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일본 시사통신과 UPI통신보도를 인용했다.
또 정부간의 공식관계가 아닌한 중국은 한국에 차츰 문호를 개방하는 우호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당장 8일부터 중국은 상해와 곤명영공을 KAL정기노선이 통과할 수 있게 허용했다.
특히 북경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에 눈에 띄게 호의적이다. 물론 5천명 가까운 선수단과 공연단·참관단을 보내는 우리를 도외시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은 임시 영사단 수용에는 외교관례와 북한을 의식,난색을 표명했지만 규정상 1명인 아시안게임 아타셰(연락관)에 3명의 보조아타셰를 허용하겠다고 통고해 왔다.
이렇게 볼 때 중국은 앞으로 한국과 경제협력에 치중하는 정경분리정책을 계속할 것이나 중장기적으로는 동북아질서 개편의 흐름속에 북한과 밀착한 고립폐쇄 정책에서 벗어나려 할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우리도 중국과의 관계는 실질관계를 소리없이 쌓아나간뒤 이를 기정사실화·공식화하고 이같은 분야가 점점 많아지면 공식관계수립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목표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 같다.<조현욱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