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르비회담… 한­소­미­일 기자의 시각/현지좌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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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북아 평화바람 몰고 올 것”/소련이 급한 것은 산업기술 파트너/남북한관계 쉽게 풀릴 계기 될 수도
한반도를 비롯,아시아­태평양지역의 모습을 바꿀지도 모를 한소정상회담이 4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다. 회담을 취재하는 외국기자들도 획기적인 이번 회담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회담장소인 페어몬트호텔내 프레스센터에서 미ㆍ일ㆍ소 주요매체의 특파원과 본사특파원들이 4일 오후(현지시각) 긴급좌담을 가졌다.
□참석자
RW 애플 2세
콘스탄틴 슬리우사렌코 <소 노보스티 취재부장>
사이토 쓰도무 <일산경신문 모스크바지국장>
한남규 <중앙일보 워싱턴특파원>
박준영 <중앙일보 뉴욕특파원>
한특파원=이번 정상회담은 한국전쟁이후 적대관계뿐 아니라 공식외교관계가 없는점등에 비추어 의미가 심장하다. 소련이 회담개최를 결정하게된 요인으로 경제관계 협력등 여러요인이 지적되고 있다. 어떤 요인들이 작용했다고 보는가.
애플특파원=기본적으로 고르바초프는 모든 나라와 관계정상화를 원하고 있다. 한국과 관련해보면 고르바초프는 한국의 전문기술과 투자,그리고 경제협력을 원하고 있다.
또 한국으로부터 경제건설,구체적으로 말하면 승용차생산같은 노하우를 얻길 원하고 있다.
지금까지 동유럽이 소련의 주무역파트너였으나 이들의 개혁과 산업기술의 낙후는 새로운 파트너를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고르바초프가 샌프란시스코에서 많은 기업인과 노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똑같은 맥락에서 파악된다.
사이토지국장=고르바초프가 노대통령을 만나길 원한것은 돈 문제다.
일본과는 북방 4도서 문제로 장애가 있고 한국과는 북한관계를 제외하면 장애가 없다.
돈 외에도 그가 구상하는 아시아 안보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적극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것이다.
○대일 「한국카드」로
슬리우사렌코부장=나로서는 정확히 말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말하고 싶은 것은 좀더 빨리 이루어졌으면 좋았다는 생각이다.
어쨌든 한국은 매우 신속한 속도로 국가발전을 이루어나가고 있다. 그것은 경제뿐만이 아니다. 그 속도는 심지어 일본보다 빠르다는게 내 생각이다.
소련은 모든 나라와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고르바초프대통령과 노태우대통령이 만나는 것은 더욱 의미가 크다. 두 나라는 서로 멀지않은 국가들이다.
박특파원=고르바초프 대통령을 수행하고 있는 프리마코프 대통령평의회위원이 최근 워싱턴에서 기자회견을 하면서 『소련은 한국과의 경제관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본경제인들을 실망케 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하겠다』고 했다. 소련은 일본과의 관계유도를 위해 「한국카드」를 사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슬리우사렌코=프리마코프가 한말은 농담이었을지도 모른다.
박=두 정상간의 회담은 한국문제가 지난 40년간 냉전의 한 산물이었다는 점에서 별다른 의미를 갖는 것 같다. 냉전의 산물이었던 유럽문제가 동구의 개혁으로 해결될 조짐을 보이고 한국은 마지막 미해결의 장소였다. 이런 점에서 보면….
사이토=동북아에 큰 변화를 가져올 사건이다. 이회담은 결국 동아시아 쪽에도 평화무드가 조성될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애플=이번 한소정상회담은 지난해 베를린장벽이 무너진후 두번째로 꼽힐만한 역사적 사건으로 극적인 평화무드의 증거로 보고 있다.
냉전의 종식분위기가 조성되었지만 이번 한소정상회담은 지난 40년동안 세계를 지배해온 냉전종식의 극적인 심벌이라고 말할 수 있다.
○통일문제도 곧제기
슬리우사렌코=이번 한소정상회담은 두나라관계의 첫 단계다. 이 제1보는 성공여부를 따질 일이 못된다. 그러나 국제관계에 있어서는 관계개시 자체가 중요하다. 고르바초프와 레이건 전미대통령의 첫번째 회담도 성공적인게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친구가 됐다. 노대통령과 고르바초프대통령의 회담도 그점에서 1차적 의의가 크다.
한=이번 한소정상회담이 어떻게 발전할 것으로 보는가. 한국과 소련관계는 물론 아시아­태평양안보나 세력균형에도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이는데….
애플=동북아전체에 전반적인 관계정상화의 물결을 몰고 올 것이다. 여기서 중국과 일본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은 소련의 사할린 문제가 걸려있고 중국은 국내변화요구와 개혁문제로 진통할 것이니 상당한 움직임이 있을 것이 예상된다.
어느국가도 소련의 이니셔티브만 기다리고 있지 않을 것이다.
박=동북아만 연관시켜 본다면 중국은 소련의 이니셔티브에 어떤 대응을 할 것이 예상된다. 아시아는 자신의 세력권이라는 인식을 중국은 강하게 갖고 있고 아시아 문제엔 항상 발언권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일본의 입장은 평화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한ㆍ미ㆍ소관계가 적극적으로 발전하는 데 이들이 북방도서문제로 발이 묶여있는 일본을 뛰어넘거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소련과 경제관계 등을 적극 발전시키는 것을 조금은 불만스럽게 생각할지도 모른다.
사이토=일본은 한소관계 정상화와 화해분위기 조성을 공식적으로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일본에 큰 압력이 되고 있음은 사실이다.
특히 일본이 우려하는 것은 소련이 한국과의 관계정상화등으로 일본여론을 친ㆍ반소련파로 갈라놓을지에 관한 것이다.
북방도서 문제와 소련에서의 경제적 기회문제는 이같은 갈등을 표출시킬 수 있다.
한반도의 관련해 보면 외교관계수립등 극적인 진전이 있을 것이며 이는 자연히 한반도의 통일문제를 곧 제기할 것이다. 전체 아시아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박=이번 한소정상들은 한소 두나라가 외교ㆍ경제ㆍ과학기술ㆍ문화 모든분야에 걸쳐 한차원 더높게 발전시켜 나가기로 합의하고 적절한때 상호교환 방문키로 양해했다.
이같은 한소간 급진전이 남북관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며 북한은 과연 어떤 대응을 할 것으로 생각되는지.
사이토=북한이 불안정 하다는 여러징후들이 있다.
소련은 이미 북한이 개혁의 대열에 서지 않을 경우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와 같은 운명을 맞을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북한은 이번 한소회담에 대해 곧 그들의 입장이나 새 제안을 밝힐 것으로 기대된다. 아마도 첫 제안은 강경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이 이를 수용할 경우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에 패배했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구의 변화와 지난해 중국이 천안문사태후 겪은 고통은 북한에 변화를 강요할 것이며 현상유지가 견디기 어렵게 됐음을 발견하게될 것이다.
○중국변화가 큰 변수
애플=장기적으로 남북한관계는 발전하게될 것이다. 여기서도 역시 중국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북한은 현재 쿠바나 몇개 교조적 국가들과의 관계를 제외하면 크게 고립되어 있다.
중국의 현체제가 유지된다면 북한은 여전히 개혁을 외면할 가능성이 있으나 중국이 변화할 경우 그같은 입장을 계속 견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소련은 한반도통일문제에 관해 북한의 통일주장에 표면적으로는 동조하면서도 미온적이었다. 이번 회담과 관련,북한은 소련이 한반도분단을 고착시키려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그런점에서 대북한관계를 고려할때 회담의 부정적 효과도 지적되고 있다.
슬리우사렌코=북한요소가 어떻게 작용할지는 현재로서는 아무도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과 관련된 문제도 잘 풀릴 것으로 나는 낙관한다. 동구도 처음에는 나름대로 진통이 있었지만 개방움직음은 이제 도처에 확대됐다.
남북한간의 문제도 비록 속도는 빠르지 않을지 모르지만 잘 돼갈 것으로 본다. 동서독이 45년 걸려가고 있는 지금의 진로는 남북한간에 선례로 작용되어 한반도대화가 오히려 훨씬 쉽게 풀려나갈 수도 있는 것이다.<정리=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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