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의견 자립심 터 닦을 기회 넓혀주도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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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수한 (21세기어린이교육연구회장 서울 교암초등학교 교장)
오늘의 우리 어린이들은 왜 이렇게 심약한가.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는 것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금세 싫증을 내는 경향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산수문제를 풀다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 바로 중단하거나 포기해 버리고, 교실 청소를 하다가 조금만 힘들면 마무리를 짓지 않고 중단해 버리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렇게 자기 일을 남의 도움없이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약해 크게 걱정스럽다.
그 이유는 바로 강인한 정신력이 결여된 때문인 것 같다.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첫째로 가정에서의 과보호가 심약한 어린이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어린이의 일이 모두 부모에 의해 이루어지고 부모의 완벽에 가까운 보호 아래에서 어린이는 아무런 어려움도 경험하지 못한 채 자라고 있다.
둘째로 오늘의 학교교육이 강인한 의지력이나 인내심같은 정신력을 단련시키는 것이 필요한데도 지식중심의 주지주의적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점이다. 전인교육적인 측면에서 자연을 벗삼아 호연지기를 키우고, 예술의 감흥을 느껴 정서를 순화하고, 역사를 가까이 하면서 조상이나 위인들을 흠모하는 경험을 쌓게 하는 기회가 적다는 것도 큰 원인이다.
이렇게 심약하게 성장한 어린이들이 성인이 되고 미래사회의 주역이 되었을 때 어렵고 험난한 일들을 해내지 못하고 쉽게 중단한다든지 아예 포기한다면 이제까지 기성세대들이 쌓아올린 것이 모두 허물어지고 조국의 앞날은 암담해질 것이다.
따라서 가정에서는 과보호를 삼가고 자립심을 키워줘야 하며 학교에서는 교육중심에서 벗어나 튼튼한 정신력과 좋은 성품을 갖추도록 유도해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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