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경|삼성 5연패 왜 이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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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감독은 팀이 위기에 빠졌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가.』
24일 잠실에서 벌어진 삼성-LG전은 프로야구에서 감독 등 코칭스태프역할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준 한판승부였다.
이날 승부는 2회초 LG 1루수 유지홍 (유지홍) 의 본헤드 플레이와 중견수 신언호(신언호) 의 소극적인 수비 덕에 삼성이 3-0으로 리드, 8회 초까지 이어지며 싱겁게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LG는 삼성선발 성준 (성준) 이 다소 지친 8회말 4구와 3루타 포함, 2안타를 집중시키며 2점을 따라 붙어 무미건조하게 진행되던 이날경기를 고조시키기 시작했다.
당황한 삼성 덕아웃은 우완정통파 유명선(유명선)으로 마운드를 구원했다.
유는 나오자마자 4구를 허용했고 LG 5번 김동수 (김동수) 에게 총알 같은 타구를 얻어맞았으나 유격수에게 잡히는 행운으로 급한 불은 껐다.
운명의 9회말, 삼성의 2년생 투수 유명선은 1만 여명의 LG팬들이 지르는 함성과 야유를 견뎌내기에 역부족인 인상을 역력히 보이며 연속 4구를 허용하기 시작, 급기야 2사 만루의 위기에 빠졌다.
삼성 덕아웃에는 김성길 (김성길) 정윤수 (정윤수) 홍성연(홍성연) 등 투수들이 도사리고 있었고 정동진(정동진) 감독은 경기 시작 전 『투수진이 남아돌고 있어 LG 2연전은 별 걱정이 안 된다』고 말했던 터였다.
그러나 정 감독은 스트라이크 존을 잃어버린 유가 연속 7개의 볼을 던지면서 당황하는 데도 요지부동, 결국 LG 노장 김재박 (김재박) 에게 역전타를 맞고 다 이긴 경기를 놓치는 결과를 부르고 말았다.
누가 보더라도 당시의 유명선은 이미 관중들의 함성과 상황의 긴박성에 사로잡혀 도저히 사태를 극복할 수 없는 표정이었다.
7개 구단 중 가장 많은 14명의 코칭스태프를 구성해 놓고 부문별 전문화에 앞장선 삼성라이온즈가 정작 그들이 가장 필요한 시기인 위기상황에 처했을 땐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와 같은 지리멸렬함은 벌써 여러 번 되풀이되었다.
삼성은 지난 19, 20일 LG와의 더블헤더 3차전(대구) 에서도 무려 안타 44개를 얻어맞는 속수무책의 투수 로테이션을 보여 전문가들로부터 『도대체 어이가 없다』는 질타를 받았었다.
감독이 전경기의 승패를 책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코치들도 선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주시, 컨디션을 점검하고 상황에 따라 적합한 선수를 감독에게 조언할 의무가 있다.
LG선발 문병권 (문병권) 에게 4안타로 눌리는데도 타격 코치는 아무런 대책이 없었고 유명선이 흔들려도 투수코치는 강력한 소신을 보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말이 안 통하는 미국인 투수코치가 제대로 활용 안 되는 사정은 그렇다 치고 1루 코치박스에 타격 코치를 내보내는 무신경한 코치활용을 보면 삼성의 5연패는 당연한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4명의 삼성 코칭스태프는 어디에 있는가.

<권오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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