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에는 파업이 있을 수 없다|「전농련」에 거는 농심의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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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다산선생은 일찍이 농촌문제에 대해 대우가 선비만 못하고, 이익이 상업만 못하며, 편안하기가 공업만 못하다고 농업의 근본구조상 문제점을 쾌히 지적했다.
때문에 우리조상들은 「농자천하지대본」이라 하며 농민 우대정책을 펴는 슬기로움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상황은 다르다. 고용과 생산성·국부를 위해 수출입국 또는 공업입국을 표방, 농업을 천시하는 풍조로 변해 우리 농민들을 도시로 내몰아 결국 도시빈민이나 값싼 공장 노동자로 전락케 했고 그나마 남아있는 농민들은 농산물 가격보장이 안 돼 투기성마저 농후해졌다.
여기에 도시의 운동권과 새로이 결집된 전농련이 농민들을 부추기고 있다. 공장이나 회사는 파업했다가도 다시 제품을 만들면 그만이지만 농사는 시기를 놓치면 그 한 해는 망치는 것임에도 불구, 이를 외면하고 파종시기에 농민을 부추긴다는 것은 나라를 망치고 농민을 못살게 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행위다.
사실 과거 우리 농촌에는 정부가 외면했던 농촌문제를 가톨릭농민회·기독교농민회 등 종교단체나 운동권이 대변해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의 농촌실정은 투쟁이전의 문제가 시급함을 알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영국·대만·일본 같은 선진농업국은 과잉생산 농산물에 대해서는 일정한 가격 보강 선에서 전량 농협이 매입, 산지 폐기나 저장 등으로 농민을 보호하는 제도가 정착되어 있으나 현재우리나라의 농협구조는 금융기관에 가까운 역할로써 세계농협기구에도 가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또한 농가피해의 충분한 보상과 대체작물개발이 시급하며 수입부과금의 농어촌 부분투자 법제화, 농산물가격 보장, 농정당국이 주도하는 생산체제 전환, 농산물유통구조정비, 농축산물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재정지원책, 생산물의 표준화 및 등급화 조정 등 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문제들은 농촌문제를 다루는 전농련 등 사회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연구·개발해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 당국에 건의하고 농민을 계몽하면서 조용히 추진하고 대변해줄 때 농민은 안심하고 농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분별 없이 투쟁을 위한 부추김으로 농민을 세력화하는 것이 능사가 아님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농민단체를 망라해 새롭게 대어난 전농련의 역할을 기대해 본다.
이승찬〈경기도 이천군 농촌지도소 지도기획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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