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반시장적 발상 … 소신 바뀌어서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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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원칙을 밝히자 열린우리당은 29일 환영하며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갔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분양가 공개는 시장원리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부동산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노 대통령의 의지가 돋보인다"며 "먼길을 돌아왔지만 이 길은 변함없이 옳은 길"이라고 찬성 의사를 분명히 했다. 2년 전 대통령의 분양원가 공개 반대 방침에 "계급장을 떼고 토론해 보자"며 반발했던 김 의장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당내에 주거안전대책추진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김한길 원내대표도 "분양원가 공개 범위.대상.방법을 놓고 정부와 협의해 최상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여당 일각에선 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에 당혹해하는 모습이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당은 원가 공개에 찬성하면서도 노 대통령의 입장을 배려해 정부 방침을 옹호했는데 당황스럽다"며 "노 대통령이 입장을 바꾸기로 했다면 당 지도부와 논의해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어야 한다"고 했다.

한나라당은 노 대통령의 입장 선회를 강력 비판했다. 전재희 정책위의장은 주요 당직자 회의에서 "공공 부문의 아파트 분양원가는 세부 항목까지 공개하는 것에 찬성한다"며 "하지만 민간 부문을 공개하는 것은 시장친화적인 정책이 아닌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김석준 제4정조위원장은 "분양원가 공개는 안 된다던 대통령이 말을 바꿨다"며 "이렇게 소신이 바뀌어서야 어떻게 국민이 신뢰할 수 있겠느냐"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원가 전면 공개 발언이)서울시가 자체 건설 아파트에 대해 후분양제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데 대한 화풀이로 나온 듯한 인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채병건.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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