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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있는아침] '국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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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국경'- 송재학(1955~ )

제 눈도 제대로 못 뜨는 햇빛이다 풀을 뜯어 먹는 말의 갈기를 쓰다듬는 햇빛이다 매일 갈기를 바꾸어주는 햇빛이다 능청스런 건 말이나 햇빛이나 닮았다 헹구어내지 못하는 내 빈혈만 애써 갈기 사이에서 햇살을 가려낸다 호수에 거꾸로 박힌 설산이 지금 호수를 달래는 중인 것도 알지 못했다 호수를 간섭하는 건 내 작은 돌멩이가 만든 동심원뿐, 그 너머 주상절리 봉우리가 국경을 닫았다



역광(逆光)일 때 새것을 본다. 시란 역광의 기록들이다. 반성이며 활력이다. 말 잔등, 말갈기에 쏟아지는 역광이란 생각만으로도 말 잔등, 말갈기다! 게다가 설산이 박힌 호수라니. 돌을 던져 동심원이 되어 가보려 하나 국경이 막혔다. 안타까움이 오는 대신 호흡이 가빠진다. 국경은 넘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가 어딜까?

<장석남.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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