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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투기 근절,총체적 접근을(사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7일 발표된 대통령의 시국담화와 8일의 부동산투기및 물가안정을 위한 특별보완대책을 통해 우리는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잡는 데 기울이는 노력과 고충의 일단을 읽을 수 있다.
사실 부동산투기풍조가 내포하고 있는 망국적 폐해를 감안할 때 부동산투기의 근절은 정부뿐 아니라 온 국민적 과제라 할 수 있으며 이 문제의 척결없이 우리 사회가 건전하고 안정된 토대를 구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이런 뜻에서 우리는 이번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부동산투기의 근절을 다짐하고 경제팀이 즉각 보완대책을 내놓는등 확고한 의지를 보인 것을 평가하고자 한다.
이같은 정부의 노력이 의지의 표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으로 열매를 맺어 투기풍조가 자취를 감추는 계기가 되기를 온 국민과 함께 빌어마지 않는다.
그러나 4월13일의 부동산 투기억제대책이나 이번의 특별보완대책을 통해 정부가 밝힌 대책이 과연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에 충분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선뜻 공감을 표시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우리의 느낌이다.
정부의 대책이 너무나 많은 허점과 함정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지적하고 싶은 것은 부동산정책에 관한 정부의 확고한 논리와 철학이 결여돼 있다는 점이다.
이번에 발표된 대통령담화나 보완대책의 특징은 부동산투기의 주인을 기업만으로 단정하고 무리수를 쓰더라도 기업투기를 반드시 막겠다고 천명한 점에 있다.
기업들이 수출로 번 돈,혹은 증자를 통해 끌어들인 자금으로 부동산에 투자한 것이 사실인 만큼 이같은 조치들이 사태의 일면을 정확히 보고 대응에 나섰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런 만큼 기업들도 과거의 자세를 반성하고 정부의 정책에 적극 협조하여야 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같은 정부의 시각은 사태의 일면만을 본 것이며 전체를 보고 있다고는 하기 어렵다.
지금의 부동산투기풍조는 전반적 물가불안심리와 투기풍조의 만연에서 조성된 것이다. 그리고 투기의 유발요인은 근원적으로 토지의 유한성과 지속적인 가격상승 가능성에 있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정부의 부동산정책의 논리성과 철학을 묻는 소이도 여기에 있다.
부동산정책에 관한 장기적인 안목과 방향없이 대증요법식의 투기대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제까지의 수없이 되풀이된 정부대책이 결과적으로 시행착오의 반복으로 끝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이같은 논리의 연장선상에서 이번 대책이 갖는 또하나의 문제점은 보편성을 잃고 있다는 점이다.
솔직히 말해 5ㆍ7대통령담화나 5ㆍ8보완대책이 풍기는 강한 인상은 총재적 난국의 책임을 어느 한쪽에만 떠넘기는 인상이 짙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또 한가지 어려움은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기업재산을 처분토록 하는 불가피성이다.
자유경제체제의 특성중 하나는 법률과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기업활동의 자유가 보장된다는 데 있다. 그같은 사회에서는 기업활동이 문제를 안고 있고,그것이 경제나 사회발전에 장애가 될 때는 제도의 개선을 통해 규제되는 것이 정도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법률과 규칙을 어긴 부문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은 정부가 태만히 해서는 안될 일인 동시에 허용된 범위내의 활동에 대해서 간여를 최소로 줄이는 것이 원칙이며 불가피한 경우 비상조치로 정부의 개입이 허용되는 것이 법리와 헌법의 정신에 맞는 일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그같은 논리적 난점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에대한 현실성있는 보완이 필요하다.
비업무용 부동산이나 제3자 제공담보의 금지도 부동산투기를 막겠다는 목적에 비추어 보면 수긍이 가지 않는 바 아니나 부동산 담보의 길마저 막아 놓을 때 어떤 방식으로 자금을 융자받을 수 있는지 대안을 제시해 주지 않는다면 결국 산업활동의 숨통을 죄는 결과밖에 안될 것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부동산투기대책이 객관성과 보편성을 갖는 방안으로,그리고 전체 경제운용 방향과 조화를 이루는 선에서 마련되지 않는 경우 대책의 실효성이 한정될 수밖에 없을 뿐 아니라 더 큰 부작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자들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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