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료 폭탄' 예비역이 기가 막혀!

중앙일보

입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군에서 제대한 7만8000여명에게 36개월간의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보낸 것으로 밝혀져 물의를 빚고 있다고 조선일보가 26일 보도했다. 전북 부안에 사는 황모(30)씨는 이달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받고 기절할 뻔 했다. 보험료 고지서에 '73만원'이란 숫자가 찍혀있었기 때문이다.

건보료를 미납한 기억이 없는 황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해 항의했다. 공단으로부터는 "2003년 10월 군에서 제대한 뒤 공단에 이 사실을 신고하지 않아 그동안 보험료가 청구되지 않았다. 이번에 월 약 2만여원씩 36개월 동안 밀린 보험료가 한꺼번에 부과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황씨는 "제대 시점을 공단에 신고해야 한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자기들이 일을 제대로 하지 않다가 가입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니 뒤통수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1년 반 전 제대한 후 구직 중인 정모씨 역시 최근 건보료 체납액 60만원(매달 약 3만3000원씩 18개월치)을 추가로 내라는 고지서를 받았다. 지난해 10월 결혼하기 전까지는 아버지가 세대주여서 신경을 쓰지 않았고 결혼 후에는 부인 명의로 매달 1만5000원이 청구되기에 꼬박꼬박 납부해 왔는데 밀린 게 있다니 이해할 수 없었다.

건보공단이 군 제대자에 대한 보험료를 누락했다가 뒤늦게 3년치 보험료를 한꺼번에 내라고 청구하면서 곳곳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대상자는 7만8000여명이고 금액은 약 99억원이나 된다. 1인당 평균 12만8000원을 내야 하는 것이다.

건강보험법에 따르면 건보 가입자는 군 입대 또는 제대할 때 14일 이내에 공단에 신고토록 돼 있다. 그러나 공단은 2000년부터 가입자들이 별도로 신고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매월 병무청에서 입대.전역자 자료를 받아 자동처리 해왔다.

건보공단은 "개인이 제대한 사실을 신고하지 않더라도 병무청에서 전역 군인들의 자료를 받아 처리하고 있다"며 "그러나 병무청에서 받은 전산 자료에 군 제대자 중 상당수가 빠져 있어 이번과 같은 사태가 빚어졌다"고 25일 해명했다.

2001년에 제대한 이모씨는 이달 44만원의 추가 건보료와 함께 밀린 보험료를 기한 내 납부하지 않으면 자동차를 압류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씨는 "군에 갔다 와 제대신고를 안 했다고 마치 벌금물리듯 통보하는 고압적 자세에 너무 화가 난다"며 "청구서에는 몇 달치가 어떤 기준에 따라 산정된 것인지도 나와있지 않아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라고 주장했다.

건보료는 연령, 성별, 자동차 등 재산 보유 현황 등에 따라 가구별로 계산된다. 만약 제대한 사람이 본인 명의로 자동차를 가지고 있으면 그 부분까지 더해져 가족 보험료에 추가된다.

디지털 뉴스 [digit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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