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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간다<3>|캐나디언 로키|태고의신비 그대로 간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캐나다라는 나라는 드러매틱한 역사적 사건이나 세계사에 뚜렷이 부각되는 인물의 등장이 없어서인지 특별한 인연이 없는 일반사람들에게는 어쩐지 덤덤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사실 캐나다는 태고의 신비를 고스란히 간직하고있는 지구상에 몇 안되는 낙원중 하나다.
지금도 영연방의 일원으로 남아있는 캐나다는 유럽인들의 발길이 미치기 시작했던 5백년전까지만해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인디언이나 이누이트족등 원주민의 보금자리였다.
캐나다에 취항하고 있는 우리 비행기가 태평양을 건너면 바로 보이는 캐나다 서쪽 관문인 밴쿠버에 착륙하고 있음을 알리는 방송이 나올 무렵에 갖게 되는 첫 느낌은 공간이 넓어 뭐든지 길게 누워있다는 점이다. 태평양의 파도를 막아주는 방파제가 그렇고 밴쿠버시나 공항청사까지도 어쩐지 길게 누워있는 것같다.

<국립공원만 7곳>
넉넉하고 여유가 있어 보이는 이 넓고 긴 것이 주는 편안함은 로키산맥을 대하는 순간 황홀함과 위압감으로 바뀌게된다.
로키산악지대는 태평양 연안에서 가까운 캐나다 서부를 남북으로 관통하여 미국의 애리조나에까지 이른다. 미국쪽과의 구별을 위하여 캐나다쪽은 「캐나디언 로키」라고 불리는데 이 일대에는 국립공원만 해도 7개나 산재해 있는 어마어마한 산악관광지대다.
로키산맥은 북쪽으로 갈수록 험난해지지만 아름다움도 더해진다.
따라서 로키산맥의 정수는 캐나디언 로키가 될 수밖에 없는데 해발 3천m가 넘는 바위가 끝도 없이 이어지고 그 꼭대기엔 빙하가 태고적 모습그대로 얹혀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자연이 갖는 위대함이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산과 빙하, 숲과 호수의 절묘한 조화가 절로 찬탄이 새어나올만큼 아름다움을 뽐내는 캐나디언 로키를 처음 찾는 사람들은 우선 어디를 기점으로 더듬어봐야 할지를 결정하기가 쉽지않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다른 곳을 방문하는 여행길에 둘러보는 경우라면 캘거리까지의 항공편을 이용하여 시작하면되나, 아예 캐나디언 로키를 관광할 목적으로 찾는다면 서울과 밴쿠버를 연결하는 항공편을 이용하면 된다.

<서울-벤쿠버 직행>
다행히 대한항공에서 재작년말부터 밴쿠버와 토론토에 취항하고 있어 종전처럼 일본이나 미국에서 갈아타는 번거로움이 없을뿐아니라 10시간이면 갈수있게되었다.
남쪽으로는 미국의 시애틀, 서쪽으로는 태평양연안에 인접한 밴쿠버는 동부쪽에 있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이은 캐나다 제3의 도시다.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도 위도에 비해 춥지 않아 스프링 코트정도로 지낼 수 있는데 겨울엔 비가 많이 오는 편.
밴쿠버를 출발, 캐나디언 로키를 잠시라도 보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틀이 필요하다.
캐나디언 로키의 관문인 북쪽 재스퍼시와 남쪽 밴프시까지는 9백km 이상이어서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15시간, 열차로는 20시간 정도 소요된다.
그러나 캐나디언 로키를 제대로 구경하려면 해발2천m이상에 설치된 종주 하이웨이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만년설과 울창한 산림, 맑은 호수가 조화를 이룬 절경이 가슴에 와닿고 도로 가까이까지 노루·사슴등 각종 동물들이 뛰어놀아 자연을 만끽할수 있다.
어느 계절이든지 출발전에 방수가 되는 재킷이나 스웨터를 준비해야 버스에서 내려 마음 편하게 경관을 즐길수 있다.
이 엄청난 캐나디언 로키가 태고에는 바다의 밑바닥이었다는 사실 또한 흥미롭다.

<방수용 재킷 필수>
▲밴쿠버=바다와 숲과 산이었으면서도 고층빌딩이 늘어서 있어 불편할게 없는 깨끗하고 매력적인 도시. 공항에서 시내까지 약 30km인데 조지아가 근처의 YWCA옆에 있는 관광국에 들르면 여행지도는 물론 호텔 안내까지도 받을수 있다. 쇼핑센터가 밀집한 그랑빌가에는 3백년 역사의 베이백화점, 캐나다 최대의 이튼스백화점등이 있다. 쇼핑은 귀국길로 미루고 스탠리공원을 찾아가 자전거를 빌려 10km정도의 산책길을 돌아보는 여유를 갖도록.
▲밴프=인구는 약 4천명이지만 밴프국립공원과 캐나디언 로키 관광의 남쪽 관문. 여름철에는 관광객으로 혼잡하지만이 피크시즌과 스키시즌만 피하면 호젓한 자연을 독차지할 수 있다. 여름 최고기온 22도, 겨울은 최저 영하15도 정도라서 우리나라 사람은 4계절 아무때나 좋다. 남쪽에는 2천m높이의 살퍼산이 있는데 정상에 있는 전망대까지 10분도채 안걸리는 곤돌라도 있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하늘에서 지구를 굽어보는 착각이 들만큼 굉장한 경치를 즐길수 있다. 이밖에 노케이산, 미네완카호수, 입장무료의 자연사박물관, 인디언 역사를 한눈에 알수있는 럭스턴박물관등이 있다. 캐나디언 로키를 다 둘러보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전시장이라도 가봐야겠다는 사람은 화이트박물관읕 찾는 것이 좋다. 어퍼온천에서는 남녀가 함께 온천욕도 즐길수 있는데 기대는 하지 말기를…모두 수영복 차림이다.
▲루이스호수=캐나디언 로키일대의 많은 호수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하는데 얼음이 흘러내려 괸 빙하호수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호수와 뒤편의 산들을 바라보는 기분은 숨이 막힐 정도. 카메라를 안가지고 가면 평생 후회한다.
▲컬럼비아 대빙원=북극권을 제외하고는 북반구 최대의 얼음덩어리로 넓이가 약 4백평방km에 달한다. 6월 중순에서 9월중순까지는 빙하중턱까지 올라가는 스노모빌이 있지만 평소에는 빙하 아래쪽밖에 볼 수가 없다. 이 빙하의 끝이 한방울씩 녹아서 태평양과 대서양, 그리고 북극해로 흘러들어간다. 그래서 이름도 「스리 오션 포인트」라고 한다.
▲재스퍼=캐나디언 로키의 제2관문인데 여기서부터 밴프로 여행하는 코스도 마찬가지로 가능하다. 컬럼비아대빙원까지 바라보이는 휘슬러산이 있는데 전망대에서 2백m정도 더 올라가면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백미다. 재스퍼 주변은 이밖에도 아름다운 호수들과 로키산맥의 일원임을 뽐내는 피라미드산과 에디스 카벨산등이 둘러싸고 있다.
백 준 <여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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