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헌법재판소 무슨 일 하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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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헌법재판소 4기 재판부가 소장 없이 15일 출범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의 임명 절차와 잔여 임기에 대한 논란으로 국회 동의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논란이 된 헌법재판소장의 임명 과정을 알아보고, 헌법재판소가 하는 일 등을 공부한다.

◆ 헌법재판소장 왜 궐위됐나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후보에 대한 국회 임명 동의 과정이 순탄치 못한 것은 현직 재판관이 사상 처음 소장 후보로 추천되는 과정에서 비롯했다.

헌법재판소법(제12조)에는 헌법재판소장 임명은 대통령이 헌법재판관 가운데 추천하고,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규정돼 있다. 그러나 1988년 재판소를 연 이후 역대 소장은 현직 재판관이 아닌 민간인(변호사) 가운데 임명하고, 동시에 재판관을 겸임하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재판관의 임기가 6년이어서 2003년 8월부터 재판관으로 재직한 전 후보가 소장이 되었을 경우 임기를 어떻게 정해야 할지 문제가 생겼다. 재판관 신분으로 남은 임기 3년만 채워야 할지, 재판관 겸 소장으로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해야 하는지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전 후보는 국회 동의를 얻어 소장에 임명되기 전 재판관에서 물러난 뒤 대통령의 추천을 받아 6년의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쪽을 선택했다. 그리고 법에 따라 소장 임명 동의를 위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하지만 야당에선 사직해 민간인 신분이 된 전 후보자가 현직 재판관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법상 소장 후보 자격을 상실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야당은 전 후보가 먼저 헌법재판관 임명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다시 한번 소장 임명 동의를 위한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난해부터 헌법재판소법이 소장뿐 아니라 재판관도 청문회를 거치도록 바뀌었기 때문이다.

여당은 이에 대해 소장은 재판관 지위를 당연히 가지므로 청문회를 한 번만 열어도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논리로 맞섰다.

◆ 헌법재판소의 구성과 심판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임명한 9명의 헌법재판관으로 구성된다. 재판관은 법관 자격이 있는 사람들 가운데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 지명 또는 추천해 국회 동의를 얻어 모두 대통령이 임명한다.

헌법재판소에는 두 종류의 재판부가 있다. 9명의 재판관 전원으로 이뤄지는 전원재판부와 재판관 3명씩으로 구성되는 지정재판부(3개)다. 전원재판부는 헌법재판소 심판 사항을 관할하는데, 재판관 7명 이상의 출석과 과반수(4인)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 예외적으로 법률의 위헌, 탄핵, 정당 해산, 헌법소원 사건 등을 가결할 때는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지정재판부는 헌법소원 심판의 사전 심사만 담당한다.

◆ 헌법재판소가 하는 일

헌법재판소는 헌법(제6장)에 의해 헌법재판 권한을 행사함으로써 헌법 질서를 지키고, 국민의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수호한다.

헌법재판은 크게 위헌 법률 심판, 탄핵 심판, 정당 해산 심판, 권한 쟁의 심판, 헌법소원 심판 등 다섯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법률 위헌 여부 심판=입법부가 만든 법률이 헌법에 어긋나는지를 판단한다. 위헌 법률 심판은 재판 중인 소송 사건에 적용될 법률에 위헌 논란이 생길 경우 법원이나 소송 당사자의 신청으로 이뤄진다. 해당 법률이 헌법을 위반했다고 결정되면 효력을 잃고, 소송 당사자는 그 법률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탄핵 심판=고위직 또는 특수직 공무원이 직무와 관련해 헌법(법률)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을 경우 형벌이나 보통의 징계 절차로는 처벌이 곤란해진다. 이때 국회가 그 공무원을 탄핵하기로 의결하면 헌법재판소에서 해당 공무원의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탄핵이 결정되면 그 때부터 공무원 자격이 박탈되며 5년 동안 국가 공무원이 될 수 없다.

▶정당 해산 심판=어떤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헌법이 정하는 민주적 기본 질서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 정부의 청구에 의해 그 정당을 해산할지 여부를 심판한다. 정당 보호 목적도 있지만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파괴하려는 정당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질서를 지키려는 목적도 있다. 지금까지 정부가 정당 해산 심판을 청구한 사례는 없다.

▶권한 쟁의 심판=국가기관과 국가기관,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지방자치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에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어디까지 미치는지에 관해 다툼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 때 헌법 해석을 통해 분쟁을 해결함으로써 국가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국가 권력 간의 균형을 유지해 헌법 질서를 수호하려는 심판 제도다.

▶헌법소원 심판=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공권력의 행위가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기본권이 침해된 국민이 국가 권력의 행위가 위헌인지를 가려내 행위를 취소해달라고 요청할 경우 심판하는 제도다.

헌법소원은 정당한 이유 없이 침해되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라는 뜻에서'현대판 신문고'라고 부른다.

이태종 NIE 전문기자, 조종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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