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옛 대우계열사들 '자존심으로 재기' M&A 최고 매물로 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애써 좋은 기업으로 만들어놨는데, 남 주기 아깝네요." "차라리 국민기업화했으면…."

옛 대우계열사 간부들이 늘어놓는 말 속에는 '대우의 자존심'이 깊게 배어 있다. 하지만 과거는 흘러갔고, 이들의 '자존심 지키기'도 거세게 흐르는 인수.합병(M&A)의 물결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매각 움직임이 발빠르다.

◇M&A 시장서 최고=매각 흐름이 가장 눈에 띄는 곳은 대우종합기계. 인수 희망자로 국내외의 여러 기업이 거론되고 있다. 휴대전화 제조업체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우리의 정보 기술과 대우의 제조업이 결합하면 시너지는 엄청나다"며 공개적으로 인수를 희망했다. 외국 기업으로는 미 테렉스의 로널드 디피오 회장이 다음달 방한해 인수 의향을 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매각될 방위산업 부문은 현대차 그룹의 로템과 통일중공업을 인수했던 삼영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자로는 포스코건설이 거명되는 가운데 정부가 외국계 펀드나 대기업과 접촉 중이라는 소문이 있다. 대우건설 측은 "몇몇 기업이 우리의 우수한 토목 기술을 얻기 위해 인수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의 경우 한때 한진중공업의 인수설이 나돌았지만 회사 덩치가 너무 커 포기했다고 한다. 시가총액이 3조원을 넘어 인수를 위해선 적어도 1조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이들 기업의 대주주인 자산관리공사의 연원영 사장은 21일 매각의 3대 원칙을 천명했다. ①매각순위는 대우기계-대우건설-대우조선.대우인터내셔널 순이며 ②국내외 기업이 참여하는 국제 공개경쟁 입찰방식으로 ③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값을 많이 쳐주는 곳에 팔겠다는 것이다.

대우기계의 경우 이달 말 매각 방향이 발표될 만큼 진행이 빠르다. 대우건설은 올해 안으로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킨 뒤 매물로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대우조선의 경우는 선뜻 인수자가 나서지 않는 만큼 시간을 더 갖고 매각에 임하겠다고 한다. 延사장은 "기업 가치를 한껏 올린 뒤 팔아 공적자금 회수의 극대화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의 힘'은 사람=매각 대상 기업들은 모두 업계 수위권을 자랑한다.

대우조선 정성립 사장은 "세상은 변하는데 우리만 관습에서 못벗어나서야 되겠는가"라며 '대우 냄새 지우기'에 열중했다. 대우기계 양재신 사장은 수익성 낮은 부문을 통폐합하는 등 실리주의로 일관했다. 엔지니어 출신의 정성립(서울대 조선공학과).양재신(서울대 기계공학과)사장은 21일 임시 주총에서 사장에 재선임됐다. 회사 정상화의 공을 인정받은 셈이다.

정성립 사장은 임시주총에 이어 열린 이사회에서 "향후 5년간은 내실을 다지고 장기적으로 일본.중국.베트남 등 동아시아를 주축으로 5~6곳의 현지 조선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년부터 사무직에 한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부장.차장.과장.대리 직급체제와 호칭을 철폐, 팀장.팀원으로 이원화하는등 인사혁신 작업도 올해 안에 마무리짓겠다"고 덧붙였다.

옛 대우계열사의 신바람은 사원 채용에서도 드러난다. 회사 발전에는 인재가 필수요소라는 판단에서다. GM대우는 지난 8월 3백여명의 신입.경력 사원을 채용한 데 이어 연말까지 2백여명을 추가로 뽑을 계획이다.

대우일렉트로닉스는 올 초 1백명, 지난달 50명을 선발했고 다음달 중 해외 출신 전문인력 1백여명을 추가 선발할 예정이다. 이미 1백명을 채용했던 대우조선은 조만간 생산직 2백여명을 새로 충원키로 했으며, 대우기계는 올 상반기 48명 공채에 이어 연말 추가 공채도 고려하고 있다.

정선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