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공황 아니다”/전문가들 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설비투자 증가등 실물경제 서서히 회복/극한용어가 가져올 심리적 불안 더문제
증시공황이란 과연 어떤 상태인가.
최근 주가폭락사태를 두고 「공황」이란 용어가 심심찮게 튀어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그런 말을 갖다붙일 정도로 나쁜 상황은 아니라는게 학계나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지적이다.
오히려 그같은 극한용어가 남발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심리적 불안이 문제를 더 심각하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대 윤계섭교수는 『공황이란 본질적으로 실물경제의 붕괴에서 비롯되는 것이며 그 전단계로 주가폭락 또는 금융시장의 붕괴가 선행되는 것이 통례』라고 말한다.
즉 경제전반이 침체기에 빠져들고 이에따라 기업의 연쇄파산,생산마비,실업의 홍수등이 공황의 시발이라는 것이다.
자본주의 역사상 초유의 공황으로 불리는 1929년 10월24일의 미국 뉴욕증시의 대폭락도 이미 그 이전에 실물경제의 악화가 원인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재고가 쌓이고 생산활동이 활기를 잃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5년이후 5년간 4ㆍ3배나 폭등한 뉴욕월가의 주가는 29년 9월부터 빠지기 시작,10월 하순에 접어들면서 대폭락을 거듭,자살자가 속출하는가 하면 은행의 지급불능,기업의 연쇄도산이라는 대공황을 낳았다.
일부에서 일본증시의 공황으로 부르는 63년 4월부터 65년 7월까지의 장기침체도 63년 초까지의 유례가 드문 호황이 끝나면서 경상수지의 적자반전등 경기가 퇴조기로 접어들면서 나타난 현상으로 풀이된다.
그런 점에서 실물경제가 크게 나쁘지 않았던 87년 10월29일의 블랙먼데이는 역시 일시적인 위기로 분류된다. 그날 뉴욕증시의 주가는 29년 대공황때보다 낙폭이 더 큰 22.6%(전일비)나 빠졌지만 곧바로 회복됨으써 실물경제의 붕괴없는 증시공황은 기우라는 점을 입증했다.
물론 최근의 우리 경제가 86∼88년까지의 호황뒤에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1ㆍ4분기중 성장률이 7.1%에 이르고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등 전열을 재정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주식시장을 공황으로 몰아가는 시각은 투자자개인이나 국민경제에 별도움을 못 줄 것이라는게 증권업계나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심상복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