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깊이읽기] 석학들이 터뜨린 이 시대 '진실의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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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사마 빈 라덴을 악의 상징으로 조작하면 오히려 그를 영웅으로 만들어주는 꼴입니다. 그를 현실 세계로 끌어내려야 합니다. 그를 범죄자로, 무고한 사람에게 불법적인 폭력을 휘두른 사악한 인간으로 다루어야 합니다. 그에 합당한 벌로 응징해야 합니다. 그러자고 우리 세계까지 파괴해서는 안 됩니다." (에드워드 사이드)

"권력자에게 진실을 말하라"는 퀘이커 교도의 격언이 있다고 한다. 급진적 사회 비판으로 유명한 MIT의 노암 촘스키 교수는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권력자는 이미 진실을 알고 있으며, 정말로 진실을 들어야 할 사람은 민중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촘스키, 하워드 진, 에드워드 사이드 등 좌파적 지식인 20인이 '세상의 진실'을 말한다. '폭탄보다 큰 소리(Louder than Bombs는 이 책의 원제다)'로 울려 퍼져 사람들을 깨울 '진실' 말이다.

책에 의하면 미국에선 현재 200만 명 이상이 감옥에 있으며, 이들 중 50%가 흑인이고 17%가 라틴계다. 인구당 비율로는 아메리카 원주민이 가장 높다고 한다. 이는 미국 만의 문제는 아니다. 호주에선 총인구의 1~2%에 불과한 원주민이 감옥의 20~30%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인종차별을 정당화한 법적 제도적 원인은 지난 세기에 사라졌을지 몰라도, 그 차별의 결과는 여전히 강력하다. 그런 의미에서 폭력과 착취와 차별은 19세기에 고안돼 20세기에 종식된 현상이 아니다.

유행처럼 이념의 옷을 좇아 입는 사람들 탓에 '진보'라는 단어 자체가 '진부'해진지 오래 됐지만, 이념의 옷 따위는 벗어던지고 달려들어 해결해야 할 문제는 아직 많다.

배노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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