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맹공조 재확인한 韓·美정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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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중 이뤄진 한.미 정상 간의 만남에선 양국이 직면한 주요 외교현안이 두루 논의됐다. 회담 후 나온 공동 언론발표문이 현안에 대한 양국 간 공통의 인식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특히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한 데 더해 그동안 논란의 초점이 됐던 북한 측의 안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안전보장 방안을 미국 대통령이 공식 언급함으로써 북핵 해결의 돌파구를 예고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아울러 한국민이 크게 우려하는 주한미군 재배치 문제와 관련해 부시 대통령이 직접 한반도 안보상황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언급한 것은 미측이 보인 긍정적 반응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주한미군 감축 보도에 대해 직접 그런 결정이 없다고 확인한 것도 고무적이다.

한.미 간의 이 같은 협조 분위기는 반세기 동맹관계에서 새로운 공조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양국 관계는 최근 이런저런 갈등으로 곤혹스러운 경우가 적지 않아 국민이 불안해 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이처럼 긍정적으로 상황이 반전된 배경에는 지난 주말 한국의 이라크 추가 파병 결정이 중요한 몫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동맹관계의 본질은 서로 어려울 때 돕는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양국은 이런 변화를 동맹공조의 장래는 물론 북핵 문제 해결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사실 부시 정부는 그동안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 의사가 없음을 누차 천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측의 좀더 전향적인 대북정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한국 정부 안팎에 있었던 것도 엄연한 현실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 정부가 자신들의 법적.제도적 틀 안에서 가능한 대북 안전보장책을 취할 의지를 분명히 밝힌 만큼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 동맹 간의 의혹이나 유감이 더 이상 북핵 해결에 장애가 돼선 안 된다. 아울러 한.미 동맹 간 공조가 탄탄할 때 비로소 북한의 오판을 차단하고 북핵 해결을 위한 실천적 조치들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양측 모두 재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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